고은사진미술관 연례 기획전
고은사진미술관 + KT&G 상상마당
제 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김신욱, 박정근, 이재욱
2018년 12월 1일 – 2019년 2월 20일
고은사진미술관은 2012년부터 KT&G 상상마당과 연계하여 사진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신진작가를 발굴 · 지원하는 연례 기획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사진의 새로운 미래와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고은사진미술관과 KT&G SKOPF(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가 미래의 한국사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작가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이번 전시는 제10회 KT&G SKOPF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이재욱과 김신욱, 박정근이 참여한다.
KT&G SKOPF는 십 년 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일상의 필수품이 되기 직전에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진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특히 이미지 정보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생산과 소비의 상향 곡선을 현재까지 그리고 있다. 오늘날 이미지는 말과 생각을 대체할 정도로 강력한 언어로 진화 중이다. 더불어 사진은 가장 친근한 매체이자 매우 위험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극적 변화야말로 KT&G SKOPF가 탄생된 필연적인 계기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진술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의 변화는 급격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의 본질이 갑작스레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사진가들은 이미지 정보과잉 시대에 대항하여 전보다도 절실하게 사진술의 가치를 되묻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 사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물음 대신, 무엇을 실천해야 할 것인가에 몰두한다.
“2018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김신욱, 박정근, 이재욱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속한 세계의 경계/주변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각자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이 세 작가는 세계를 향하여 엇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가? 반대로 왜 우리는 이곳에서 떠나야 하는가? 일련의 질문들은 단지 경쟁이 난무하는 삶의 현장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념과 고삐가 풀린 세계화 현상은 개인과 국가 모두가 헤어나기 힘든 위기를 선사하였다. 이러한 위기는 삶의 기반이 취약한 계층에게 더 큰 강도로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김신욱의 사진은 공항도시라는 대상을 통하여 장소와 주거민 사이의 사회지리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실제로 런던에서 운전일을 하고 있기에 공항 주변을 맴돌 이유가 잦았고, 그곳이 이번 사진의 주제이자 대상이 되었다. 공항은 물리적으로 거대한 장소이지만 반대로 ‘존재론적 삶’이 배제된 비-장소일 뿐만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한 시설이자 국가 기반 산업이기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공항도시란 결국 공항 산업의 요구에 의하여 생성된 도시로 공항이 커질수록 위성도시의 생성도 비례하기 마련이다. 김신욱은 이처럼 필요로 만들어진 기생적이고 기능적인 공항도시에서 장소의 탄생과 삶의 형태 그리고 그곳의 사회적 의미를 추적한다. 박정근은 제주로 생의 터전을 옮긴 2세대 동시대 입도조(入島祖)를 사진에 담았다. 입도조란 본래 제주 태생은 아니나 유배를 와 뿌리를 내린 사람들을 칭한다. 동시대 입도조는 과거 귀농귀촌과는 달리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하여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마치 화보촬영을 연상시키는 그의 사진은 이상적인 삶을 찾아 떠난 보헤미안과 그들이 정착한 곳의 야생성을 대비시켜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부조화를 강조한다. 이재욱은 2008년 금융경제 붕괴가 야기한 여진이 지속되면서 결국 2015년 국가적 위기를 맞이한 그리스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이번 작업을 시작하였다. 허나 사진에서 재난에 가까운 혼돈상태를 찾아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는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공포”를 포착했다. 하나의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한 장소에서 긴 시간의 기다림이 이어졌다. 우리는 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혼수상태의 국가를 보여주는 어떠한 구체적인 기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굳게 문이 닫힌 상점, 고가도로 밑을 지나가는 노숙자, 갈 곳을 찾지 못한 자신의 모습까지. 이재욱은 이러한 물리적인 흔적이 부재하는 장면에서 자본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일상의 내부로 침투하는지를 포착한다. 그런데 그것은 표상도 표정도 없다. 대신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정서로 재현된다.
이처럼 2018 올해의 작가들은 전 지구적 사회현상을 미시 서사의 방식으로 풀어내어 동시대 사진이 무엇을 기록하고 또 어떻게 말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흥미롭게도 각기 서로 다른 장소, 지역, 인물을 포착하였음에도, 세 작가 모두 현재를 지배하는 힘의 원리가 어디서 출현하고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동일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들의 사진은 지금 현재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지만, 동시에 오래된 미래의 불안을 품고 있기에 사진의 온도는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고은사진미술관은 KT&G 상상마당과 함께 실험적인 도전을 추구하는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여정을 북돋아줄 것이다.
정현_제10회 SKOPF 심사위원장
원출처 : http://www.goeunmuseum.org/gnuboard4/bbs/board.php?bo_table=nextex_goeun&wr_id=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