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의산수筆意山水 근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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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의산수筆意山水 근대를 만나다

2019.10.04~2019.12.04 갤러리

지식인의 나라와 평담(平淡) / 기획의 글
전시기획 이승현

조선은 지식인 문사(文士)들이 지배했던 나라다. 중국 송대의 성리학을 기초로 국가운영의 기초가 마련되어서 왕과 관리들의 힘의 균형관계 속에 이 지배구조는 500년간 유지되었다. 일제 치하에서 지식인의 나라 조선은 문약하고 당쟁이나 일삼는 부정적 측면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무사의 나라 일본과 대비되는 지식인의 나라였다는 사실은 망각되었다. 나라를 다스린 유교와 문사들이 망국의 원흉으로 치부되면서, 유교적 도덕관에 근거한 지식인의 자기검열과 그로 인해 고도로 절제되고 정제된 이들의 미적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조선의 자기와 목기, 문인화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와 같이 절제된 단순함은 정교함과 화려함이 부족한 단지 소박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화첩 사이즈의 소경산수를 주로 그린 조선의 회화는 그 작은 크기와 허전해 보이는 화면구성으로 인해 중후장대한 중국의 그림이나 화려한 채색의 일본 그림에 비해 열등하게 평가되었다. 그런데 문인화를 정의했던 소동파는 문인화의 미적 가치를 꾸밈없고 진솔한 평담(平淡)으로 보고, 이를 간결함과 예스러움 속에 섬세함과 화려함을 포함하는 최고의 멋으로 평가했다. 섬세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 그 느낌을 간결하게 담아내는 일은 고도의 수련이 요구되는 일이었으며, 그것이 조선의 화가들에게 요구된 덕목이었다.

서구에서 풍경화는 17세기에야 나타났지만 동북아에서 산수화는 10세기 송대에 이미 완성되었다. 서구의 풍경화가 바라보기 위해 그려졌다면, 우리의 산수화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그려졌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3D 가상체험공간을 이차원 평면 위에 그린 것이다. 보기 위한 그림은 재현에 주력하는 반면, 체험하기 위한 그림은 체험의 내용이 중요하다. 그래서 산수화 에는 체험을 주도할 아바타로서의 인물과 산과 강, 폭포와 굽이진 길, 다리와 배등 체험의 모티브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문인화에 있어서 산수화는 점차 외부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을 담아서 지식인 문사들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그림에 표현한다. 절제되고 정제되어서 간결하고 단순해진 상태, 그것은 바로 조선의 지식인들이 추구한 삶의 가치였고 동시에 조선회화의 미적 가치였다.

우리는 앤디워홀의 단순한 복제작업이나 북유럽 가구의 미학에 열광하지만 막상 조선회화나 조선 목기의 심심한 멋에는 무심하거나 무시했다. 본 전시는 우리의 옛 그림을 당시 주요 향유층인 지식인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면서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삶의 가치와 미적 가치를 제대로 느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근대기 및 그 이후의 작가들이 변화된 시대와 양식 속에 이를 어떻게 담아내고자 했는가를 추적해보고자 한다.

▨관람 시간 : 11:00~19:00 (마지막 입장 18:00)
▨휴관일 : 월요일
▨입장료 : 4,000원

전시관련 학술강좌 안내 및 신청
http://www.jeongdong1928.com/academy/detail/5/

원출처 : http://www.jeongdong1928.com/event/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