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도시인문학 강의 5강. 임진모 ‘대도시의 대중음악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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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성은 정치적인 것과 더불어 경제적 분위기가 등권(等權)의 몫을 가져간다는 생각이다. 살림이 좋으니 즐거운 파도타기 음악이 나오고 직장을 못 구해 살기가 팍팍해지니 분노의 펑크 록이 등장하는 것은 확연한 예에 속한다. 그만큼 면면히 흘러온 대중음악의 역사는 정치적 사회 외에 경제적 사회와도 접점을 갖는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pp.8-9)

순식간에 「말 달리자」는 ‘넥타이 부대의 송가’로 승격했다. 수많은 20~30대 젊은 층이 고래고래 악쓰듯 이 노래 가사를 질러댔다. (……) 이전 같으면 너무 거칠고 야만적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노래를 응원가로까지 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대가 용납할 수 없는 절규를 후련함으로 변용(變容)토록 했기 때문이다. 거칠어도 불안한 심리를 날려버릴 노래가 필요했다. 이때 펑크의 고삐 풀린 무한폭발 아우성은 제격이었다. (p.115~16)
역사적으로 보면 경기가 최악일 때 사회 분위기와 정반대로 디스코 음악뿐 아니라 댄스 음악이 유행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와 정책에 관심이 없는 서민들은 ‘쾌락의 평등주의’에 따라 춤과 음악으로, 그 위대한 놀이로 시름을 날린다. 당대 미국의 흑인들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대중의 가장 가까운 위안은 바로 춤과 음악이다. (p.97)
대도시의 대중음악을 논하다 (청각 도시)

전후 영국 경제의 산물, 내가 원하는 모든 건 돈! (비틀스 「Money(that’s what I want)」)
1970년대의 미국 경제,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사이먼 앤 가펑클 「Bridge over Troubled Water」)
우린 그저 호시절을 노래합니다, 불황에 디스코 붐 (비지스 「Stayin’ Alive」)
청년 실업자들의 분노 폭발 (크라잉넛 「말 달리자」)
레이거노믹스의 뒤안길 (브루스 스프링스틴 「The River」)
농민들, 노동자 이상의 시련을 겪다 (존 멜렌캠프 「Rain on the Scarecrow」)
랩으로 나타난 흑인 삶의 삭막한 실상 (마빈 게이 「Inner City Blues」)
음악이 있는 한 우린 다시 돌아올 거야 (리키 마틴 「Living La Vida Loca」)
일어선 영국 경제, 브릿팝과 동행하다 (오아시스 「Don’t Look Back in Anger」)
부서진 꿈의 거리를 나 홀로 걷는다, 세계 경제위기 (그린 데이 「Boulevard of Broken Dreams」)

‘음악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경제로 음악을 읽는다’는 임진모는 ‘이성을 잃게 만드는 음악의 힘’에 이끌려 음악평론을 인생의 목표로 정한 뒤 올해로 21년차 평론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대중음악 이야기는 힘겨운 대도시의 삶 속에서 위로로 다가와 다시 우리는 이 도시를 사랑하는 힘을 얻는다.
원출처 : https://www.si.re.kr/node/55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