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는 2020년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강홍구, 유근택 2인전 <풍경 산책>을 개최한다.
<풍경 산책> 전시는 오래 전 강홍구, 유근택 두 작가가 서로의 작품을 교환하면서 이어진 관계에서 시작된다. 맞바꾼 강홍구의 ‘미키네 집-구름’과 유근택의 ‘A Scene-대화’ 두 작품은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을 새롭게 보고 생각하는 그들의 작업 태도를 보여준다. 지속적인 새로운 시도는 작업으로 스며들어 현재의 작업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강홍구는 도시의 산책자로 도시재개발 풍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이미지로 풀어낸 ‘서울 산경’과 ‘안개와 서리’ 시리즈를 전시한다. 유근택은 낯선 도시 베를린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그린 일기와도 같은 풍경과 자화상을 보여준다. 사진과 드로잉, 회화의 경계를 오가는 강홍구와 전통적인 한국화에 현대적인 표현기법을 더해 현대회화의 범주를 새롭게 넓혀가는 유근택의 만남이 기대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교차하는 호기심과 성실함으로 지나온 그들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배움과 삶의 장소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묻는 낯선 풍경들을 따라 산책하며 두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경험해 보기로 한다.
*전시안내*
전시제목: 풍경산책
전시기간: 2020 년 6 월 12 일 – 7월 12일
참여작가: 강홍구, 유근택
전시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03004) )
관람시간: 화~토: 11am~6pm, 공휴일: 1pm~6pm * 일, 월: 휴관
전시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풍경 산책>
유근택과 산책하기
유작가와 나는 학번이 같다 . 같은 학교였고 과는 달랐다 . 나는 늙은 학생이었고 유작가는 젊은 학생이었다. 학교 때 어디서 어떻게든 마주쳤을 텐데 구체적 기억은 없다 . 기억이 없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 너무 오래됐으니까.
99 년 무렵 유작가가 호분위에 과슈 등을 써서 그린 그림을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 즈음, 혹은 그 보다 전에 나도 한지 위에 그림을 그리려 애쓰고 있었다. 종이 위에 물을 뿌리고 젯소를 바르고 마르기 전에 먹이나 검정 아크릴로 빨리 그려내려는 시도였다. 어려웠다. 물감은 마르고 나면 색감이 달라졌고, 먹이나 재료를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도 몇 장 남아 있지만 그런 식의 그리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유작가가 호분을 바르고 그린 작품들의 효과 때문이기도 했다. 뭐랄까 젯소와 아크릴이라는 재료로 할 수 없는 번짐, 스밈, 분위기등이 있었고 그게 한지에 적절해 보였다. 아 이게 재료를 다루던 경험의 차이구나 싶었다. 호분은 예전에 사다 놓았으면서도 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어디 작업실 구석에 있을지도 모른다.
유작가 작업이 흥미로운 지점은 시점 , 표현 방식 등이 전통적 동양화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이다. 일종의 새로운 리얼리티가 별로 리얼하지 않은 방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눈길 을 끌었다. 사는 아파트의 내부를 일종의 풍경으로 보고 그것이 점점 소용돌이 치며 확대 되어 나가는 관점들도 그리는 방식과 잘 맞았다.
이제 보니 2009 년이다. 둘이서 대담을 했던 것이. 유작가의 이전 작업실의 그 창고 같은 분위기, 작업의 양, 예상치 않았던 목판화 등등이 생각난다.
둘이 같이 전시를 한다니 새삼스럽다. 여러 번 같이 전시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종의 묘한 기시감이 있는 것이다 . 너무 작업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아니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뭐랄까 묘한 동지 의식 같은 것이 있다. 집요하게 평면 위에 이미지를 가지고 뭔가 해보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가?
지나고 보면 순간적 열정 , 잠시 빛나는 눈부신 재능 등은 별 의미가 없다 .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지속성, 얼마나 계속 세계를 새롭게 보려하고 그걸 표현해 보려 하는 가이다 . 어쩌면 서로 방향과 걷는 방식은 다르지만 끈질기게 붓이나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닌 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작업이란 달리기나 마라톤이 아니라 걷고 또 걷는 산책이니까
2020. 5. 강홍구
드로잉.
홍구형의 사진에는 셔터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맹인이 벽을 더듬어 그 틈새를 발견하듯이 랜즈로 세상을 더듬는 막막함과 아슬함이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육체적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드로잉의 본질이 ‘막막함’인 것처럼.
그것은 사진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회화에 가까이 있는 ‘무엇’이라는 생각을 한다.
미키네집.
나의 거실 한편에 미키네집이 걸려 있다.
날마다 스물 스물 기어나오는 금방이라도 세상이 무너져 내릴듯한 혼돈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손에 잡힐 수 없는 신기루처럼, 이미 시간을 떠나 어떤 기호처럼 각인 된 미키네 집은 그의 표현대로 ‘지리멸렬’한 땅과 하늘 사이에 환영처럼 올려 놓음 으로서 수많은 관계의 언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전깃줄.
그린벨트의 회색하늘에 전깃줄이 분절되고 부러져 있다.
그것은 심하게 앓거나 혹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의 부산한 고요를 닮아 있다.
한편으론 허공중으로 어디론가 바삐 들어갔다 한참을 헤집고 나온 후에 바라본 어떤 심리적인 풍경의 틈새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하찮고 무의미할 수도 있었던 입 다문사물들의 아우성과 서사가 있다. 그린벨트연작은 아슬하면서도 슬프고 또한 부질없는 풍경속에
어떤, 숭고성이 교차하는 기묘함을 본다.
녹색.
5월의 산책로에 녹색이 가득하다.
바람과 대기의 움직임 속에 녹색은 비밀스럽게 공간에 진동하고 있다.
결국 회화란 이러한 진동이 신체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응이라 한다면
홍구형의 녹색은 어딘가 비켜 서 있다.
어차피 예술은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의 녹색은 사진적 이면서도 현실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비켜 서 있게 하는 역설이 있다. 어쩌면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멀어지려는 불가능한 의식적 저항에 가깝다. 그래서 간혹 그의 녹색은 어딘지 모르는 절망적인 낭만과 만나고 있다.
마치 부러진 전깃줄처럼 어디선가 초록이 흘러내리고 허공중에 유영하면서 유령처럼 존재의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어차피 그의 사진이 허공중에 그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놓는 무대였다면 그의 초록은 그
잔흔들에 주술을 거는 어떤 연극적 장치, 혹은 연극적 색채에 가깝다.
지금도 어디선가 어쩔 수 없이 기울어 가고 사물들에 초록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2010, 5, 유근택
작가약력
강홍구 Kang, Hong-Goo (b.1956)
강홍구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까지 21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4년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 를 시작으로 10여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2006년 ‘올해의 예술가상 시각 예술 부문’, 2008년 ‘동강 사진예술상’, 2015년 ‘루나포토페스티벌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강홍구는 재개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현실과 허구, 비판과 유희,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넘나드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여러 주요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 외곽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유근택 Yoo Geun-Taek (b.1965)
유근택은 1988년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 후 1997년 동 대학원을 마쳤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32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0년 ‘석남미술상’, 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9년 ‘하종현 미술상’, 2017년 ‘제1회 광주화루 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유근택은 전통적인 한국화에 현대화를 이끌어 나가며 재료와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세밀하면서도 때론 과감한 작업으로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금호미술관, OCI미술관등 국내외 여러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을 하며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출처 : 강홍구, 유근택 2인전_<풍경 산책>|작성자 nook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