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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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Earth

작가              맹민화

장소               factory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간               2020년 10월 6일 (화) – 10월 12일 (월)

관람 시간       11-19시

접근성 안내    팩토리2는 입구에 23cm 높이의 턱이 있습니다. 휠체어, 유아차 사용자 및 시각 해설이 필요하신 분은 전화 혹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팩토리2는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전시 소개

맹민화의 첫 개인전 《Earth》가 팩토리2에서 열립니다.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맹민화의 첫 개인전으로, 작가가 올해 초 아프리카 여행에서 기록한 사진 작품과 작품집을 발간하여 보여줍니다.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과 같은 장면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인간이 손 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조우하는 순간들을 마주치곤 했습니다. 2020년은 어느새 90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때, 전과 같지 않은 일상으로 쌓여가는 피로를 깊고 커다란 호흡으로 환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글

2020년 2월, 킬리만자로 산을 보고 싶어 아프리카로 떠났다. 재작년 아이슬란드로 떠났을 때와 같은 마음이 문득 일었고, 그 마음은 자연의 거대한 풍광 안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탄자니아 공항에서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감염병과 동일한 발병 증상이 주변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가 있던 즈음이었다. 길었던 비행시간으로 온몸이 부서질 것 같다가도, 지금 여기는 탄자니아고 곧 나의 눈으로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워졌다. 공항에서 나오기까지 그로부터 꼬박 4시간이 걸렸다.

그날 계획되어 있던 일정은 모두 취소되었다. 호텔로 가는 버스 안,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는 가이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우측에 킬리만자로 산이 있다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창밖을 살폈다. 산은 구름에 뒤덮여 그 언저리조차 보이지 않았고 다음 날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을 떠나는 순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가 오고 해가 나고 무지개가 뜨기를 반복하는 하늘을 보며 이틀은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에서 지냈다. 이제 막 우기가 지난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은 초록이 무성했는데, 작년 가을 6개월 넘게 계속된 호주의 대형 산불로 아프리카에 전례 없는 폭우가 내렸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수십 마리의 양 떼를 몰며 지나가는 마사이족 사람의 뒤를 따르니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보라색 꽃밭에서 유유히 풀을 뜯으며 거니는 기린 무리를 만났다. 세렝게티에 깊숙이 들어설수록 짙어지던 푸른 광경은 아프리카의 삭막하고 황량할 것이라는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더니 킬리만자로 산에 대한 아쉬움도 이내 누그러트렸다.

어쩌면 킬리만자로 산의 끝자락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끝내 아쉬워하는 마음을 들킨 건 탄자니아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한참 동안 창밖을 내려다보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지표면의 몽롱한 아름다움을 보며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손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당했다. 

탄자니아에서 잔지바르, 케나, 짐바브웨, 잠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카타르로 가는 남은 여정 동안 그날 그 자리의 땅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편해서, 쉬우니까, 빠르기에 선택하는 모든 것에

우리는 얼마나 더 빠르게 달려가야 하는지 묻는다.

이 땅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머금은 채 천천히 변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 땅의 행복과 건강을 바라며.

원출처 : http://factory483.org/exhibition/19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