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 2016년 8월 3일 ~ 2016년 8월 23일
전시장소 : 온그라운드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3
한옥은 대대로 살아온 우리의 집이다. 우리가 머물고 생활하던 공간으로 너무 익숙해져서 그 아름다움을 찾기보다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역사학자로서 한국 가족사를 연구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400여 고택을 조사하던 중 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옥은 현대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옥의 벽은 비대칭이다. 비대칭은 좌우가 다름으로 인하여 균형감을 상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옥 벽의 비대칭은 언제나 균형과 비례감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모습의 벽면과 문이 만들어내는 공간 구성을 통해 서로 경쟁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 안는 조화를 이룬다. 서양의 건축이 대칭을 통한 외형적인 질서라면 한옥은 비대칭의 조화를 통한 내재적인 질서라 할 수 있다.
한옥의 벽면은 자유로운 면 분할로 아름다운 한 폭의 추상화가 된다. 서양 미술의 추상화가 차가운 기학적인 추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옥의 벽면은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나는 리얼리즘적인 추상이다. 몬드리안의 추상은 치밀한 계산 위에 재고 따져서 정교하게 작도한 추상이라면 한옥 벽면의 추상은 살기 위해 집을 짓고 문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의 흔적이다.
한옥 벽의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음을 뜻하는 공백과는 구분된다. 여백은 빈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인가 있음을 암시하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백은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의 정신이다.
한옥의 벽이 가지는 여백은 단순함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단순함은 절제의 구현으로서 부분을 이루는 각각이 전체적인 하나의 통일된 주체 안에서 파악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옥 벽의 색도 가장 단순한 흑백이다. 모든 색을 더하면 흑(黑)이다. 모든 색을 빼면 백(白)이다. 이처럼 한옥의 벽면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포용의 정신과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희망이 연출한 미술이다.
글. 차장섭
원출처 : http://www.on-ground.com/exhibitions/urban-manifesto2024-2-2-3-3-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