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
2017.05.05 (Fri) – 05.31 (Wed)
OPENING : 2017.05.12 PM05:00
관람시간 : 10:3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_ Closed on every Monday)
세움아트스페이스 전 공간
◈ 전시 소개
2017년 5월, 세움 갤러리에서 신종식 작가는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의 회화 작품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을 조형적으로 체현한 신종식의 ‘바벨탑’을 선보인다. 더불어, 수천 개의 백자로 이루어진 건축물과 트로이의 목마, 성벽 등으로 방사형의 도시를 만들어 ‘바벨탑’과 ‘세상의 마을’을 구성한다.
‘바벨탑’의 바벨은 ‘신의 문’을 뜻하는 바빌론과 연결되나, 창세기(The book of Genesis)의 저자는 ‘뒤섞는다. 혼란시키다’의 의미인 발랄(balal)을 염두에 두고 사용한 것으로 본다. 구약성서에서 바벨은 하느님을 저버린 사회를 상징한다.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는데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막을 내렸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바벨탑을 인용한 유대인 역사가인 요셉푸스(Josephus)는 고대의 자료들을 통해 이렇게 기록한다. “모든 인류가 한 언어를 사용했을 때, 그들 중 일부는 탑 하나를 건설하였다. 마치 그들은 그것으로 하늘까지 오르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은 폭풍바람을 보내어 그 탑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모두에게 각각의 특별한 언어를 주셨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 도시는 바벨론(Babylon)이라 불려졌다.” (Antiquities 1.4.3).
이처럼 바벨탑은 종교적으로 역사적으로 다각적인 사료분석을 통해 ‘있었으며’ 지구라트(zigguarts)라 불리는 탑의 전신이 된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바벨탑은 존재하는 탑이 아니며 어떠한 명백한 시각적 증명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벨탑의 이야기는 조세푸스 플라비우스(Josephus Flavius, 37-100)가 집필한 『유대인 고대사(The Antiquities of the Jews)』(93-94년경)에서 서사적 구조로 확장되었으며 이는 16세기 초 플랑드르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화가들은 바벨탑의 자국에 집중하였으며, 작업을 통해 그 자국을 더욱 선명하게 끌어내었다.
신종식 작가의 ‘바벨탑’ 또한 플랑드르 화가들과 같이 존재의 자국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작가의 바벨탑은 작가가 구획한 도시와 어우러져 특정 장소를 연상시키는 어디서 본 듯한 공간을 구조한다. 작가는 과거 파리에서 건축사 수업을 들으면서 접했던 수많은 고성들과 중세 필사본의 이미지들을 보게 되고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도시에서 차용한 이미지의 파편으로 구획된 도시, 세상의 마을과 바벨탑은 낯익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는 작가가 과거의 건축물과 공간의 재현이 아닌,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이곳 여기에 존재하는 양가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과거부터 끈질기게 남아있는 흔적과 자국을 작업을 통해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 설치되는 작품 ‘바벨탑’은 사방으로 다른 음향을 지원한다. 이는 전시장이라는 공간 안에 바벨탑이 놓여있지만 ‘바벨탑’을 둘려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네 방향으로 분사되는 다른 음향을 통해 바벨탑에 집중하게 한다. 이러한 참여 작용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두텁게 하며 공간의 공간성을 부여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회화 작품은 ‘성(castle)’과 성을 따라 난 길을 통해 만들어진 마을과 같이 비잔틴 필사본에서 볼 수 있는 회화적 요소들을 서로 중첩, 병치시키고 있다. 두 개 이상의 면들이 한 화면에 놓이면서 다른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시공간을 하나의 화면에 구축하면서 시공간의 콜라주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공간의 중첩을 통해 우리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현재로부터 과거로 나를 가져다 놓는다.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성』 의 첫 구절인 “밤은 좀 어두웠다. 달은 하늘에 있었으나 보일만한 곳에 있지 않았다.” 라는 구절을 상상력에 차용하며, 어둠 속에 입을 벌린 아치형의 정문이 중세의 문으로 인도하는 타임머신과 같았다고 한다. 작품 앞에 선 우리 또한 그 성(castle)을 따라난 길을 따라가다 결국 성에 다다르는 우리를 목도한다.
신종식 작가는 이러한 여정 자체를 작업에서 주요 요소로 여긴다. 작가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중첩되는 공간과 시간을 통해 작가만의 다른 이야기를 구축해나간다. 또한 작가는 작가 스스로를 순례자라 표현한다. 순례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순례의 길을 걷고 걸으면서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기도, 진리를 찾기도,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기도 한다.
순례 길에 선 작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으로 향하며, 작업을 진행해 간다. 이러한 작업 일련의 과정은 순례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여정의 자국을 따라가며 회화, 부조 설치 작업으로 구축하여 보여준다. 신종식 작가의 이러한 작업을 통해 중첩된 공간과 시간에 놓인 우리는 현재의 시간에 잠시 머무르는 여행자이자 순례자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자, 그럼 순례의 길을 떠나보자.
■ 하지혜
원출처 : http://www.seumartspace.com/bbs/board.php?bo_table=21&wr_id=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