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정보
전 시 기 간 2018년 7월 17일(화) – 8월 5일(일) *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관 람 시 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전 시 장 소 복합문화공간 에무 B2 갤러리
오프닝리셉션 2018년 7월 17일(화) 6pm
작가와의대화 2018년 8월 5일(일) 4pm
기 획 (전문)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 큐레이터 임수미
진 행 (전문)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이수연
주 최 / 주 관 복합문화공간에무
후 원 사계절출판사, AGI society
| 전시서문
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젊은 작가 기획전을 연다. 매년 진행하는 공모전과는 별도로 문제적 작품을 발굴하는 기획이다.
안종현의 《보통》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 기준’을 도발적으로 문제 삼는다. 총 3개의 시리즈로 구성되는데 《통로》시리즈는 표준 시간과 같다고 할, 한국의 표준 도시 종로를 작가 자신의 보통, 즉 기준이 무너진 상태에서 바라본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풍경》시리즈는 사진의 기본, 기준이 되는 ‘풍경 사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객관 전달과 심리적(주관적)인 표현 너머의 인간과 물질적 관계를 천착한다. 《붉은 방》시리즈는 용산의 홍등가를 촬영했는데, 리얼하면서도 비현실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를 모조리 싹 지워버리는 재개발은 어떤 현실인가? 묻는다. 특히, 《붉은 방》의 영상 작업은 ‘보통’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내는지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작가노트
작품집 ‘보통’은 2005년 군(보통적 기준이 다른 특수한 집단에서 개인의 존재와 기준에 대한 고민)시작으로 2011 붉은 방(보통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2013 미래의 땅(폐허가 된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 2015 통로(나의 보통이 무너진 순간에 새롭게 경험한 시 공간), 2017 풍경(사진의 보통인 풍경사진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로언젠가부터 종묘를 중심으로 사진을 촬영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곳에 매력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종묘 인근, 종로의 무엇이 왜 나로 하여금 계속 사진을 찍게 만드는 것인가. 나는 이곳에 무엇을 보고,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 본격적으로 종로 지역 작업을 시작할 무렵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로 누워계셨다. 일 상적인 언어로는 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였을까? 그 당시 나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시간대인 새벽 시간에 종묘 지역을 촬영하였다. 촬영하면서 내가 먼저 본 것이 아니라. 날 보고 있는 무언가와 대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봐 주었던 사물들은 그 시 간 나를 그렇게 바라봐 주었다.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 혼자라는 외로움 보다 나를 바라봐 주는 무엇과의 연결점이 생겼 다는 위로감이컸다.
삶과 죽음의 시간, 신성한 것과 범속한 것, 사유와 공공, 지속과 단절, 진짜와 가짜, 현상과 본질, 생성과 소멸, 무한과 영(zero) 등에 대해 우리의 익숙한 관념은 이분법으로 작용하지만 실제로는 본질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것 이다. 오히려 익숙한 이분법적 관념에서 벗어날 때 나는 사진을 통해 통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통로 작업은 이러한 각각의 차원의 공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접점을 ‘통로(passage)’로 보고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과 오브제들을 찾아내어 제시하는 것이다. 통로는 이쪽의 출구이자 저쪽의 입구이며 동시에 이쪽의 밖이자 안이고 저쪽의 밖이면서 안이기도 하고 또 양쪽 의 안과 밖을, 혹은 각각의 안과 밖을 연결하고 있기도 하는 또 하나의 모호한 공간인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풍경풍경 사진의 대상은 사진 찍기에 적합한“기준”을 가지고 있다. 풍경이라는 단어는 자연과 인간의 오랜 역사를 보면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풍경 사진이라 함은 인간이 보기에 좋은 대상(자연)을 아름답게 찍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찍는 사진을 풍경 사진 아니면 달력 사진이라 불렀다. 영혼이나 생명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은 무엇인가? 생물인 것과 생물이 아닌 것 사이의 , 혹은 순수한 주체와 단순한 객체 사이에 경계는 매우 상의한 방식으로 인식되고 상상된다. 따라서 올바른 구분이라는 것에 대한 궁극적으로 객관적인 규정이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경계선은 주관적인 문제도 아니다. 결국 이 경계선이 자연과 인간의 물질적 관계의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자연에 영혼이나 주체적 성격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은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배척되거나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아름답지 않은(일반적으로) 오브제나 비객관적인 어떤 것으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풍경(자연)을 둘러싼 배경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풍경(자연)에 대한 사진적 재현은 이미지를 통해 이러한 경계선을 구축하고 반영하고 가로지른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사진적 재현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경계가 미학적 주관화와 객관적 과정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며, 이러한 미학적 과정들을 통해 풍경(자연) 사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데 본 작업의 의의를 둔다.
안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