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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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21 – 2019. 05. 06

DMZ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후 북으로, 남으로 함께 경계를 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전까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을 방문했던 적은 있어도 남북 정상이 중간지점인 DMZ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1953년 한국 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분단된 두 나라의 정상이 함께 경계를 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만남 직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긴박함이 감돌았었다. 긴박한 상황들을 단박에 평화로 뒤바꾼 이 장면은, 휴전 상태인 두 나라가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향하는 첫 시도로 보였다. 그 이후로 1년이 흘렀고 당장이라도 급변할 것 같던 평화의 분위기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남과 북의 관계 형성이 더욱 진전하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쓴다.

공간적 구성
시간적 구성

1953년 정전 협정을 맺은 남과 북은 휴전선에서 남 · 북 측으로 각각 2km 떨어진 곳에 철책을 설치하였고, 이로 인해 4km 폭의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가 형성되었다. 본래 군인이나 군사시설이 없는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진 DMZ이지만 휴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무장 군인이나 군사시설이 점점 더 늘어나 남측에만 70–90여 개, 북측에는 200여 개의 군사시설인 GP(감시초소)가 DMZ에 세워졌다. 하지만 2018년 12월, 남과 북은 GP 11개소씩을 없애기로 합의하고 남북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DMZ를 진정한 비무장지대로 만들고 남과 북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양측의 중요한 결정이었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2019년 3월 21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리는 «DMZ» 전시에는 두 개의 축이 교차한다. 하나는 DMZ에 도달하기까지 경험하는 민간인 통제선과 민간인 통제구역, 통문, DMZ 영역과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DMZ가 형성된 과거의 시점부터 GP가 없어질 미래의 시점까지, 즉 평화의 DMZ를 상상하는 미래적 상상의 시간을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이다. ‘공간’과 ‘시간’은 문화역서울 284의 중앙홀에서 교차한다. 서울역은 근대 교통수단인 철도의 중심지로 근현대사의 중요한 공간이자 남과 북의 교차점이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동과 서로, 남과 북으로, 한반도 곳곳을 가로지르고 연결하는 중심축이었지만, 한국 전쟁 이후, 북으로 향하던 기차는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의 플랫폼인 서울역,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였던 DMZ는 공통적으로 ‘출발점’이었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앙홀은 ‘현재’, 특히 DMZ의 공간과 시간의 교차점인 ‘지금의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평화를 향해가는 지금의 DMZ의 모습과 GP 잔해를 이용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오른쪽 공간에서는 DMZ의 ‘미래’에 대한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의 제안들을 볼 수 있다. 중앙홀 왼쪽의 1, 2등 대합실과 역장실, 귀빈실 등의 공간에서는 DMZ의 현재적 삶을 다룬다. DMZ와 접경지역을 주 무대로 생활하는 군인, 그들의 공간인 GP, 그리고 민통선 마을 주민의 삶을 살펴본다. 2층으로 올라가면 DMZ에 대한 역사, 아카이브 및 사운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임에도 그동안 갈 수는 없었던, 상상의 장소로서의 DMZ에 관한 작가들의 작업을 회화와 사진 등으로 선보인다. 2층에서 층계를 따라 내려오면 중앙홀의 뒤편 공간인 서측 복도가 나오는데, 이곳은 DMZ의 ‘현재와 미래가 접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민간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DMZ의 동 · 식물 상을 포함한 생태환경과 야생경관을 공감각적으로 재현한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DMZ 관련 서적들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바깥 공간은 임시 야외 정원으로 조성되어 DMZ 접경지역 마을에서 벼를 심기 전에 사용하는 모판과 벼를 접할 수 있다. 또한, 민간인 통제구역의 주요 생산물인 ‘쌀’을 주제로 한 역사문화 지리적 리서치와 지역공동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국 전쟁 이후, DMZ라는 비무장지대는 무장화만 가속해 온 역설적 공간이었다. 이제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DMZ» 전시는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학자들과 함께 DMZ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비무장지대로의 평화 프로세스를 그려본다. 나아가 이 전시를 통해 DMZ를 향해 멈추었던 우리의 생각을 다시금 작동시키고 우리가 상상하는 DMZ의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제안함으로써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DMZ의 무장이 해제되고 남과 북이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이러한 우리의 상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길 바란다.

원출처 : https://www.seoul284.org/dm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