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 곽명우 개인전 – <사진바다>
• 전시기간 : 2016. 6. 1(수) ~ 6. 20(월)
• 전시오프닝 : 6월 1일(수) 6~7:30pm
• 관람시간 : 월~토 11:00~19:00 | 공휴일 휴관
• 전시장소 : 스페이스22,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빌딩 22층
■ 전시섹션
• 섹션1: “사진바다 10년” : 곽명우가 쓴 한국사진사 10년, 2006년~2015년 / 연표, 텍스트, 사진
• 섹션2: “생각나는 사람” : 세상을 떠난 사진가들의 초상사진 10점~15점
• 섹션3: ” La Strada” : 곽명우의 사진들, 15점~20점
• 섹션4: “곽명우의 주인공들” – 사진을 찾아가세요. 200-300 여장
■ 작가노트
나의 사진 인생을 고백하다.
1983년, 백두대간 깊은 산골인 경북 봉화에서 중학교를 마친 나는 형님들이 계신 부산으로 내려와 공장생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꼬박 30일 근무에 야근과 잔업까지 해야 하는 고된 생활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것이 고생인줄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땐 정말이지 열심히 일만 했다. 덕분에 여러 회사에서 인정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 일만 해야 하는지. 나는 왜 사는지?’ 일에 대한 열정도 삶에 대한 의미도 사라진 나는 단식투쟁까지 하면서 답을 구했다. 그러나 19살의 어린 나이에 그 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그해 겨울 다시 고향으로 엄마 품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나에게 그 겨울은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겨울이 되었다.
1988년, 군복무를 마친 나는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부터 서울에 정착하려던 생각은 없었지만 도시가스기사로 취직이 되어 서울을 누비며 지내다 보니 나의 서울살이는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 무렵 평생토록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직업을 찾던 차에 모신문광고는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사진학원광고였다. 한 달 수강료가 30만원이나 하는, 당시 나에게는 무척 비싼 수강료이건만 뭔가에 이끌리듯이 덜컥 모드광고사진학원에 입학했다. 그렇게 사진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학원에서는 촬영과 현상, 인화까지 하는 실기위주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진을 배우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진을 찍는지,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궁금해졌다.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전시장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차츰 알아가게 되었다. 이렇듯 전시장은 나에게 또 하나의 학교가 되었으며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친숙한 공간이 되었다. 졸업과 동시에 그동안의 결실은 문희동 선생님의 도움으로 첫 개인전 <리플렉션>을 통해 빛을 보게 되었다.
1991년, 사진과 인연을 맺은 후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직업은 사진기자였다. 멋졌다. 카메라를 메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동안 나에게 주어진 무지개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 직업은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광고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라 나는 한동안 전국을 누비며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지만 스튜디오에 광고 수주가 줄어들면서 사진을 한 장도 못 찍는 날이 많아졌고 이내 나는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 느닷없는 교통사고로 스튜디오를 그만두게 된 나는 프리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랜서생활은 그마저도 접게 만들만큼 참으로 팍팍했다. 그때 그 시절 나에게 있어 사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다가 사라지고 마는 신기루나 다름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사진 대신에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운전을 선택해야했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많은 곳을 다닐 수 있는 택시 운전을 통해 나는 세상을 더 가깝게 그리고 더 깊숙이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내 곁엔 언제나 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밥은 안 먹어도 사진은 찍어야 든든했다.
2002년, 하우포토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알게 된 진동선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면면히 이어오던 사진에 대한 나의 열정은 다시 불타올랐다. 그 후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사진과 관련된 전시나 행사에 초대되어 전시장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처음 사진을 접했던 시절, 나에게 훌륭한 학교가 되어준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촬영하는 것은 나의 매일의 일과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사진이라 불리는 바다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다. 지방에 살거나 일이 바빠서, 전시장을 찾고 싶지만 정보를 몰라서, 사진이 그냥 무작정 좋아서, 늘 사진과 함께하는 그런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내가 <사진바다> 블러그를 하는 작은 이유이다. 방문자 수가 늘어날 때의 쏠쏠한 재미와 네이버가 망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 아닌 걱정 속에서 블러그를 시작한지 꼬박 10년이 흘렀다. 학생 홍경표가 졸업하고 결혼해서 이제 아들 키우는 아버지가 된 것을 보았고, 갤러리가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아니면 이사를 해서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보았으며, 돌아가신 작가와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여럿 들었다. 최광호 작가의 <사진으로 생활하기>에서처럼 나는 매일 10년을 하루 같이 사진을 위해서 사진과 함께 그리고 사진으로 생활하고 있다.
2016년, 언젠가 사진전을 통해 안면이 있던 박상원씨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나를 보더니 “저기 가장 행복한 사람이 왔다.”라며 나를 반겨줄 때 나는 수줍게 웃으며 “예,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시장에서, <사진바다>를 통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나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친구이자 선생이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예, 고맙습니다.”를 앞으로 10년 동안은 지금보다 더 크게 외치며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것도 가장 행복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늘 사진과 함께인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원출처 : http://www.space2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