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롯데갤러리 창작지원전 1부 <이세현 ; 경계 Bound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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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이세현 사진전 – 경계 ; BOUNDARY

기간  |  2019년 9월 06일(금) ~ 9월 30일(월) / 25일간  / 
오프닝| 9월 6일(금) 오후 4시 ~ 7시
장소  |  롯데갤러리 광주점(롯데백화점 11F) / T. 062-221-1807~8
주최 / 주관  |  롯데백화점 광주점 / 롯데갤러리 광주점
출품 작품  |  17점 / 평면(사진)
관람 시간  |  매일(월~일) 10:30 – 19:30 
​휴관일  정기휴점 9월 12일(목),13일(금) ※ 전시 종료일 관람은 오후 3시까지입니다.
전시 연계행사 |  작가와의 대화 9.10(화)오후 4시 30분 ~ 5시 30분

전시 설명  |

증거로서의 장소

이세현 사진전 _ 경계 ; Boundary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건과 시간을 지나 지금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옥매광산, 강제징용, 해남, 광복절’이라는 단어에 해시태그가 붙여진 이세현 작가의 SNS에 걸린 문구이다.

사진작가 이세현은 역마살이 낀 듯, 전국의 ‘유의미한’ 장소를 누빈다. 바다를 건널 기회가 생길 때에도 이내 그 곳의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역사적 장소에 집착하는 사진가의 속내가 궁금하다.

롯데갤러리는 올해 창작지원의 첫 번째 전시로 이세현의 사진전을 진행한다. 작가의 열세 번 째 작품전인 본 전시의 주제는 <경계(Boundary)>이다. 주로 콜라주 형태로 선보였던 시리즈의 형식을 하나하나 독립된 작품으로 선보인다.

<경계>는 구체적인 어떤 ‘곳’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일상의 기록으로부터 보다 구체화된 본 작업의 소재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이다. “역사적 장소를 사진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는 작가는 언급한 물음을 가시화하는 방법으로 던져진 돌을 사용한다. 프레임의 중앙 상단에 위치하는 돌은 모두 실재하는 장소에서 채집한 것으로 그 자체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대상이 된다. 나아가, 사건이 일어났던 곳의 관찰자를 상징하는데, 3인칭인 관찰자는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1인칭의 주체로 변모한다.

익숙하게는 전일빌딩 옥상에서 담은 5.18민주광장, 일제강점기의 강제노역과 여순사건의 아픔이 지척에 자리한 마래 제2터널, 118명 광부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린 해남의 옥매광산 등 이세현은 우리 삶터 가까이 있는 의미 있는 장소들을 절실히도 발로 밟는다. 비구상 회화처럼 보이는 노근리 쌍굴다리의 총탄 자국, 최전방 부대에서 바라본 양구의 펀치볼(punch bowl)과 아스라이 보이는 비무장지대, 4.3사건으로 사라져버린 제주 곤을동 사진에선 전쟁과 항쟁의 상흔들을 유추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은 다분히 역사성과 현실성을 내포하기에, 때로는 향수자로 하여금 버거운 형식으로 느껴진다. 또한, 허구의 서사가 아닌 철저히 사실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얼핏 건조한 프레임으로 간과되기도 한다. 사건이 있었던 장소를 사진으로 담아내고, 현재적 시점에서의 장소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행위는 ‘기록’과 ‘해석’의 경계에 있다. 박제화된 유물처럼 그 자리에 위치한 장소는 동적인 제스처에 의해 진행형의 공간이 된다. 이 극적인 엇박이 이세현 사진의 태도이자 동력이다.

언급한 대로 다큐멘터리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불편하다. 그러나 외려 온전한 사실로서 힘을 갖는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자리한 군함도, 그 군함도의 실루엣과 유사한 제주 알뜨르 비행장의 격납고까지, 작가는 본 작품들에서 일본에서의 한국, 한국에서의 일본을 읽어낸다. 원폭이 투하됐던 히로시마, 고성의 산불 현장부터 작위적인 스토리텔링을 상징하는 동상, 사라져버린 터에 대한 지금의 기록인 경주 황룡사지 등 그간의 다채로운 시선들을 이번 전시에서 펼쳐낸다.

<잘 놀다 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던 작가의 첫 개인전은 흥미롭게도 군 생활 당시 군대에서 열렸던 전시이다. 강원도 화천의 최전방에서 사진을 찍지 못해 금단현상까지 생겼다는 작가, 그의 카메라는 어느덧 80만 컷을 향하고 있다.

본인 사진의 결을 물었을 때 작가는 “계속 카메라를 가지고 놀고 싶다.”는 거침없는 답변을 해왔다. 어찌 보면 작가는 ‘사진계’에 머무르기 위한 작품보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카메라를, 그리고 사진을 즐기기 위해 끊임없이 찍는지 모르겠다. 역사와 사회라는 화두는 항상 다루기 껄끄러운, 그만큼의 책임이 부가되는 주제이다. 시대와 현실에 기반을 둔 작가의 문제의식이 보다 집중된 작품세계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종국에는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롯데갤러리

원출처 : https://blog.naver.com/glott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