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시청 하늘광장 갤러리 전시 – 판타스마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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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마고리아
정희정 작가
2019.11.11. – 2019.12.20.
서울시청 본관 8층 하늘광장 갤러리

판타스마고리아 phantasmagoria

작가노트

풍경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눈은 이 세상을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려 하지 않고 사물에 대한 의인적 체험을 통해 자기를 비추려 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풍경이 바로 세상의 풍경인 것이다. 땅끝마을이나 고향 혹은 남극이나 달 표면 같은 장소는 내 마음 속이 아니라면 어디에 있겠는가? 풍경이란 내가 창조하는 인상이다. 내 안에서 너를 여는 먼 곳이다. 어느 여름 밤, 저녁 해가 저물 무렵 나는 선선한 바람에 이끌려 산책에 나섰다. 감각이 분주하게 일어나는 골목길을 걷다가 불현듯 내 생의 모든 시간과 공간이 눈앞에서 한꺼번에 흘러가는 순간이 있었다. 동시에 내가 어쩌면 유령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퉁이를 돌다 만난 검은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절간과 같은 고립된 집이다. 그림자가 되어 수줍게 달아나는 유령들의 집이다. 나는 저물어 가는 황혼의 끝자락처럼 풍경 속 사건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맨다. 내 곁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쳐다본다. 그러나 모두 낯선 얼굴들이다.

원출처 : http://skyplazagallery.com/2019spg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