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_Damda 2020.2.11 – 2020.03.21 유리,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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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공간, 풍경과 대면했을 때 유사한 어떤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장소가 전혀 낯설지 않고 마치 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과 같은 친숙한 느낌을 주거나, 혹은 반대로 항상 다녔던 공간인데도 오늘, 바로 이 순간 참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공간이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하는 걸까요? 공간과 시간에 대해, 그 공간이 담아내는 시간, 시간이 담아내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어긋나기도 하면서 어디론가 잠입하는 시공간을 자신의 고유 화법으로 담아내는 두 작가들과 함께 합니다.

유리 작가의 작품은 스테인레스 스틸을 기하학적인 형태와 색면을 미니멀리즘 구성 어법으로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작품 안에 나를 포함한 공간을 보여주는 거울이 있음을 발견하고 새로운 공간과 조우하게 됩니다.
조각 안에 거울처럼 투영되는 나는 작품 안의 공간에 존재하고 동시에 작품의 부분을 구성하는 타인으로 존재되기도 합니다.
조각가 유리는 여러 형태의 도형을 그리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선 하나의 미미한 기울임 만으로도 변형되는 시각적 변화에, 우리의 지각이 얼마나 다르게 작용하는지 흥미로움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부의 작은 구성 변화, 작품과 대면하는 대상에 의해 변형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합니다.
작가가 제공하는 작은 공간 안에 들어서는 새로운 경험과 참여에 초대합니다.

화가 윤정선의 풍경에서는 낯설음과 친근함이 함께 공존합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볼티모어, 북경, 런던, 서울 그리고 청주 등을 거치며 작가는 주변 풍경을 자신의 기억으로 다시 캔버스에 옮겨 담았습니다.
94년부터 20년이 넘게 그려진 풍경들을 다시 한 장면씩 기억에서 꺼내어 손바닥 크기만한 10×12 cm 캔버스에 그리게 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합니다.
기억의 장면 안에서 다시 기억을 잘라낸 이미지들입니다.
사람마다 애착을 느끼며 간직하는 기억이 있다면 화가 윤정선에게는 그의 시간과 시선을 공유한 도시의 풍경인 듯 합니다.
그 풍경을 담아내고 그것을 다시 기억에서 꺼내어 되짚어 보는 과정을 통해 윤 작가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억을 다시금 정리하며 여정의 공간을 드러냅니다.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것을 그리면서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마무리 하지 못하고 남겨져 붓 자국의 흔적이 있는 한강공원 작품에 새로운 기운을 더하여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공존을 담아
이촌동 드로잉룸에서 한강공원 작품의 첫 외출을 시도합니다.

진정한 화가에 있어서 사물들은 스스로의 분위기를 창조해내고
모든 색채는 하나의 발광이 되며, 또 모든 색채는 물질의 내밀성을 드러낸다.
_가스통 바슐라르 <꿈꿀 권리> 중에서

원출처 : https://www.drawingroom.kr/exhibition/cur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