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풍경》 전시는 빛을 잃어가는 ‘풍경’과 ‘인간’의 희미한 반짝임을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표면’의 빛을 잃어가는 주변의 풍경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들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상상합니다.
풍경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은 사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을 만큼 꽤 오래 전에 등장했습니다. 또한 ‘풍경’ 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도 평범하게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풍경화’는 “이런 그림이겠다”라는 막연한 인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텍스트의 뒷받침이 필요한 ‘추상화’보다는 때론 직관적 이해도 가능한 ‘풍경화’는, 이해가 쉽다 느껴지거나 가끔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같은 느낌도 줍니다. 하지만 동시대의 아트 씬(art scene)에서 미술 장르 간에 그 이탈이 매우 일상화 된 20세기 후반 이후, ‘풍경화’는 자연이나 도시 풍경의 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그 효용이 있다는 클리셰를 비껴나 개념적인 혹은 철학적인 담론 생산을 자극하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이번 《정직한 풍경》 전시에 참여하는 ‘이해민선, 최은경’ 두 작가는 ‘풍경’이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탐구하며 작업해 왔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은 ‘화려하고, 선명하고, 빠르고, 낯선’ 풍경이 아닌 ‘오래되고, 낡고, 익숙하고, 일상적인’ 풍경에서 시작된 매우 사적인 장면들입니다. 주변을 통해 되새겨 보게 된 자신의 마음, 그러한 절실한 내면을 보여주는 풍경들입니다. 절단되고 삭막한 흙봉우리에서 한걸음 떨어진 곳에 놓인 찰흙 덩어리와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를 지우며 거칠게 불어대는 여름날의 바람. 관객들은 두 작가의 풍경 그림을 마주하며, 발견되어야 했던 자신의 내적 풍경도 슬픔없이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민선 (1977년-) 작가는 용인대학교 회화과, 동 대학원 예술대학 회화과 석사를 졸업하였다. 12회의 개인전 (갤러리 소소, 합정지구,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 등)을 열었고, 200여회의 단체전(“DMZ” 문화역서울284, “B컷 드로잉” 금호 미술관, “풍경에서 명상으로” 뮤지엄 산, “밤의 가장자리” OCI 미술관)에 참여하였다. 2009~2010년 서울 시립미술관 난지 창작스튜디오 4기, 2012년 국립현대 미술관 고양 미술 창작 스튜디오 8기, 2013년 슈투트가르트 시립미술관 레지던시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하나은행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최은경 (1970년-) 작가는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11회의 개인전 (나무화랑, 이목화랑, 인디프레스, 가 갤러리 등)을 열었고, 200여회의 단체전(“트윈 픽스 Twin Peaks” 하이트켈렉션, ” 우리 집은 어디인가?” 예술의 전당, ” 도큐멘트 10년의 흔적, 10년의 미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자연, 풍경이 되다” 갤러리 조선)에 참여하였다. 2002년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 뉴페이스에 선정되고, 2004년 제4회 송은미술대상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했다(2012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2013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4기 입주작가 등).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일민 미술관, 경기문화재단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원출처 : http://www.kyobobook.co.kr/culture/cultureClassicDetail.laf?serviceGb=KAS&serviceCd=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