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동궁과 월지’ 북동쪽 ‘가’지구 발굴 성과 소개 –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경북 경주시 인왕동 소재) 북동편 ‘가’지구의 발굴조사 성과를 담은 『경주 동궁과 월지 Ⅲ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674년(문무왕 14년) 2월, 왕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다고 하며, 679년(문무왕 19년) 8월에는 동궁을 지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또한, 동궁 소속 관청 가운데 월지(月池)라는 명칭이 들어간 관청이 있어 동궁과 연못(월지)이 밀접하게 관련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주 동궁과 월지’는 1975년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발굴을 맡아 조사했으며, 3년 후인 1978년『안압지』발굴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곳에서 발굴한 인공 연못과 주변 건물지, 그리고 3만여 점의 유물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이후 2007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동궁과 월지 중에서도 북동쪽 유적 발굴에 나섰으며, 이중 일부 구간에 대한 조사성과를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경주 동궁과 월지 Ⅰ·Ⅱ』로 공개한 바 있고, 이번 『경주 동궁과 월지 Ⅲ』보고서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 중에서도 ‘가’지구에 대한 종합보고서이다.
‘가’지구는 약 6,500㎡ 면적으로,
월지 북동쪽으로 지나가는 동해남부선 철로 북쪽 공간에 해당한다. 남북 담장을 중심으로 2기의 대형 적심 건물지와 깊이 10m가량의
대형 우물, 창고시설로 추정되는 줄기초 건물지 등이 발굴된 곳이다.
* 줄기초 : 좁고 길게 연달아 도랑 모양으로 축조한 벽·기둥 밑의 기초
이번 보고서에는 ‘가’지구 안에 있는 담장으로 나눠진 공간들과 그 공간 안의 건축유구의 구조와 배치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주로 담았다. 크고 작은 건물지 40동과 담장, 우물, 배수로 등 조사과정에서 확인한 각종 생활시설, 기와와 벽돌, 토기와 도기, 금속유물 등 591점의 선별된 유물이 수록됐다.
특히, 조사구역 남쪽에서 확인된 29호 건물지는 오물의 배출시설까지 갖춘 복합형 수세식 화장실로 추정되어 처음 발견되었을 때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그동안
경주지역에서는 불국사에서 변기형 석조물을 발견한 적이 있었으나 고대 화장실 구조와 형태를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2017년에 발굴된 수세식 화장실은 쪼그려 앉을 수 있는 판석형 석조물, 타원형 구멍이 뚫린 좌변기 형태의 변기형 석조물, 오물
배출이 쉽도록 기울어진 암거(暗渠)배수시설 등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과도 형태가 비슷해 고대 화장실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암거(暗渠)시설: 지하에 고랑을 파서 물을 빼는 시설
한편, 보고서 고찰에는‘가’지구에서 출토된 유구·유물들을 대상으로 동궁과 그 주변 건물지에 대한 구조나 규모, 고환경 등을 유추해 본 결과를 담았다.‘가’지구에서 나온 고인골(古人骨)의 DNA(디엔에이) 조사와 분자유전학적 분석 결과, 같이 출토된 각종 동물(사슴, 개, 소, 남생이, 상어 등)의 뼈와 식물(밤나무, 복사나무, 잣나무, 참외 씨앗 등)의 유체 조사 등을 통한 과학적인 분석 결과도 여럿 수록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중 고인골 분석을 통해서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벼, 보리, 콩 등의 작물과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 개, 사슴 등을 섭취했던 결과를 확인하면서 유적 인근에 살았던 사람들의 식생활 자료도 확보한 바 있다.
또한, 동·식물유체 분석을 통해 인근에 서식하던 동물들과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주변 식생(植生) 등도 추정할 수 있었다.
*식생(植生): 어떤 일정한 장소에서 모여 사는 특유한 식물의 집단
한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8년에 ‘가’지구에 대한 기본정비계획을 마련하여 해당 유적 내 중요 유구에 대한 정비·활용안을 관련 지자체에 제안한 바 있으며, 올해부터는 동궁과 월지 ‘나’지구 발굴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간한 『경주 동궁과 월지 Ⅲ 발굴조사보고서』는 국내 연구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배포되었으며, 문화재청(http://www.cha.go.kr)·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누리집(http://www.nrich.go.kr/gyeongju)에서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장기적인 조사·연구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발굴조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신라왕경 연구의 중심적인 역할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