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2020-05-12 – 2020-08-26
DMZ 사진전을 열며
부산 해운대의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곳, 사진과 문화예술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2007년 설립된 고은사진미술관은 어느덧 13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2020년, 고은사진미술관은 박종우의 《비무장지대 DMZ》 전시 개최와 사진집 출간이라는 의미 있는 기획을 선보입니다. 지리적으로 비무장지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한반도 남단의 도시,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에는 임시수도이자 전 국민의 피란처였던 장소, 그리고 이제는 아시아의 당당한 허브로 성장한 이 특별한 도시 부산에서의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DMZ는 휴전협정 이후 일반군인들조차 접근이 금지되었던 역사의 현장이기에 사진가 박종우의 작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긴 촬영기간 동안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속적인 촬영 작업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사진가로서의 사명감과 사진기록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DMZ 시리즈를 완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작업에 대한 작가의 간절함과 열정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DMZ는 전쟁으로 파괴된 자리에 분단이 만들어낸 비정상적 풍경입니다. 여러 사진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이곳을 기록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분단의 비극이 하게 어우러진 박종우의 DMZ는 특별하게 와닿습니다.
작가의 독창적이고 섬세한 이미지화 과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지된 숲을 정찰하는 병사들의 팽팽한 긴장, 아이러니하게도 히말라야 사원의 평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원경의 감시초소, 그리고 강 하구와 북방한계선의 수려하면서도 얼어붙은 정적. 박종우의 DMZ에는 작가 자신만의 주관적 진실을 찾아내는 성찰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실존의 가치를 의미의 추상적 가치로 구현한 작가의 사진적 시각입니다. 박종우의 DMZ에는 현실과 진실이 공존합니다.
현실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야말로 사진이 지닌 고유의 가치입니다. 박종우의 DMZ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 작가만의 시선으로 포착한 시공간의 기록입니다. 꾸밈없는 진실,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담아낸 역사가 있는 분단풍경입니다. 이를 통해 이 특별한 장소가 갖는 소중한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하는 사진가의 진지함이 전해집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방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이라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신진사진가 발굴 및 지원,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사진예술 진흥, 그리고 한국사진의 글로벌화를 위한 진취적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한국사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고은사진미술관에 보내주시는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원출처 : http://www.goeunmuseum.kr/bbs/board.php?bo_table=exhibition&wr_id=45&ex=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