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풍경, 최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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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 2020.11.01

작가노트

나는 2년에 한 번꼴로 자의, 타의로 혹은 현실적, 환경적 상황에 의해 이주의 경험을 하고 있다. 낯선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익숙한 장소가 된다. 그 낯선 공간이 익숙한 곳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와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면서, 내가 오고 가는 특정 장소를 ‘시각’ 외의 다른 감각들로부터 체험하였다. 그리고 이 체험된 감각은 장소와 공간뿐 아니라, 나의 존재를 새삼 극대화해주었고, 이를 작품에 활용하게 되었다. 코로 들이마시고 내쉰 숨들의 촉각, 눈을 감고 오랜 시간 동안 들은 소리, 특정 시간 혹은 공간에서 맡아지는 냄새 등은 가끔 과거의 어느 순간과 조우하게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슬픔, 희열 등과 같은 정서적 파문을 수반한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떠오르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글로 옮기고, 그 글을 바탕으로 어떤 장면들과 이미지, 색을 캔버스 화면에 표현한다. 즉, 새로운 장소, 혹은 특정 장소를 오고 가며 내가 겪은 감각, 체험, 경험을 토대로 마주한 장면과 감정들을 이미지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의 ‘존재적 실상’을 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움과 낯섦은 작업자인 나에게 늘 원동력이다. 새로움이 주는 불안과 자유로움은 많은 기억과 상상을 발현시킨다. 이를 통해 나의 육체와 정신은 그것이 만든 시공간 속에서 떠돌아다닌다. 한참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한 이 시간 속에서 겪는 물리적, 심리적, 감각적 기록들을 에세이, 드로잉, 페인팅, 설치 등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회화 작업은 특히, 구상 같기도, 추상같기도 한 어떤 풍경을 나타내는데, 이는 보는 이들에게 흔한 풍경일 수도,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한, 잘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보인다. 이는 어쩌면 어떤 “상태 중”, “틈”, “사이” 등을 말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가로지르는 리듬으로 표현된 풍경은 『리듬 분석 Elements of Rhythmanalysis』 시리즈(2018~)로부터 현재의 작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 『남겨진 풍경 The Landscape Left Behind』은 특정 장소를 오고 가며 부여된 체험과 경험 속에서, 나에게 강렬하게 남은 어떤 시공간, 그리고 타인들을 헤아리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완료, 종결”된 감각과 감정은 가능한가? 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원출처 : http://www.gallerymeme.com/?c=cur&s=3&gbn=view&ix=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