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현아
2019년 11월엔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12월엔 여행을 떠나 그곳에 있었습니다. 주로 (사람의) 입을 쳐다보며 말했고 눈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런 일상이 계속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지를 떠나온 그 순간부터 비일상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행의 계획은 없습니다. 너와 나는 연결되지 못합니다. 보이지 않는 웃음에 눈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온기를 나누던 손들은 마스크로 가린 입 주변을 맴돕니다. 비대면이 일상이 돼가고 있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작품활동을 하는 5명의 청년작가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에게 거리두기는 무엇입니까?”
서로 결이 다른 작업을 하는 이효영과 파란피는 사진으로, 독창적 감각으로 시를 쓰는 권민경, 김은지, 이소연은 텍스트로 답을 하고 질문을 다시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일 수도, 질문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코로나19로 반복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진과 텍스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즐거운 일 하나를 함께하는 작업의 지속성이며 먼 데를 보는 눈과 가까이 있는 손을 잡는 이어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빈 곳으로 두는> 전은 우리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세 명의 시인과 두 명의 사진가의 작품을 매칭해 전시함으로써 우리가 체감하는 ‘거리두기’에 대해 상상력과 이미지의 연결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이 전시는 곧 시작이지만 곧 끝이기도 합니다.
참여작가
시인 권민경, 김은지, 이소연
사진가 이효영, 파란피
전시일정 : 2020.11.02.~11.08
장소 : 노원더숲갤러리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