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0-12.20
아트선재센터 3층
아트선재센터는 10월 30일부터 12월 20일까지 기획전 «먼지 흙 돌»을 개최한다. «먼지 흙 돌»은 이주를 경험한 개인들이 갖는 복합적인 정체성과 이로 인해 생성되거나 소멸되는 감각을 드러내는 작업에 주목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네 명의 작가 피아 아르케, 차학경, 알렉산더 우가이, 부슈라 칼릴리는 모두 개인사 또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이주를 경험했거나, 아직 이주의 상황 속에 있는 작가들이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복합적 정체성, 개인 및 집단의 기억, 탈식민주의와 연대(allyship)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언어의 구조에 대한 탐색, 이미지 재현의 문제, 아카이브적 접근 등 형식에서도 서로간의 연결을 보인다.
피아 아르케(1958-2007)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출신으로 코펜하겐에서 살았던 작가이며, 북구 지역에서 포스트 콜로니얼 이슈를 다룬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이누이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점령했던 시기의 역사와 식민지 연구자들의 흔적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영상과 사진, 글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영상 작업과 함께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그린란드의 풍경을 비롯한 일련의 사진을 포함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차학경(1951-1982)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과 미술을 전공하였고 짧은 생애 동안 아름다운 글과, 영상, 퍼포먼스, 드로잉 등을 남겼다. 차학경의 작업은 정체성과 이주, 망명과 소외감을 다루며 특히 모국어와 정착지에서의 언어 사이에서의 복합적인 감각을 텍스트와 시각 언어에 결합하여 제 3의 언어를 창출한다. 차학경의 가장 잘 알려진 작업인 ‹딕테›(DICTEE, 1982)는 과거와 현재, 역사와 픽션, 이미지와 언어를 결합하여 열 명의 여성들의 삶을 조합하는 책으로 이민자 문학과 페미니즘 문학의 중요한 텍스트로 자리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언어의 해체와 새로운 생성을 보여주는 그의 주요 영상 작업들을 소개한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알렉산더 우가이(1978-)는 소비에트 시대에 만들어진 8-16미리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장비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기억과 노스탤지어를 드러내며 역사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에의 전망 사이에서의 상호 작용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고려말’의 단어를 사라져가는 매체인 VHS 테이프에 새긴다. 한편, 현재 한국에서 일하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아트선재센터가 커미션한 신작에서 구 소련과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노동자들의 몸 동작을 담는다. 매일의 노동을 통해 체화된 그들의 반복적인 동작은 단조로움과 명상적 상태, 공동체의 불안 등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부슈라 칼릴리(1975-)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과 오슬로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으며 정치적 소수자들의 현실과 역사적 상황, 특히 지리적인 이주의 문제에 대해 다루는 사진과 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은 특히 역사와 개인의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언어와 주체성의 문제를 드러낸다. 이 전시에 소개하는 작업은 프랑스의 희곡 작가인 장 주네에 중심을 둔 영상과 텍스트로, 1970년 장 주네가 블랙팬서파티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그들과 연대했던 기록에 대해, 그리고 타이포그래퍼로도 일했던 그가 남긴 마지막 책과 문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시는 이주의 경험을 통해 소멸하고 생성되는 감각을 드러내는 지표인 언어가 이들의 시각 예술 형식 특히 사진과 영상을 통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바라본다.
작가 소개
피아 아르케(b.1958, d.2007)
코펜하겐에서 거주하며 작업한 피아 아르케는 사진, 콜라주, 비디오, 공연, 설치 및 글쓰기와 같은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그녀가 유년기에 살았던 장소이자 역사적으로는 식민지 관계에 있었던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대해 탐구했다. 아르케의 작품은 최근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미술관, 덴프리현대예술센터, 덴마크국립박물관, 오덴세의 브란츠뮤지엄, 스톡홀름과 말뫼의 현대미술관, 쿤스트할트론드하임에서 전시되었다.
차학경(b.1951, d.1982)
한국에서 태어난 차학경은 이주와 상실을 탐구하는 개념 미술 작업을 하였다. 아티스트북, 메일 아트, 퍼포먼스, 오디오, 비디오, 영화, 설치를 아우르는 작가의 작업은 프랑스 정신분석 영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샤머니즘에서부터 유교, 카톨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상징적 레퍼런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차학경의 작품은 버클리미술관, 뉴욕의 아티스트스페이스, 휘트니미술관, 브롱스미술관 등에서 전시되었다.
부슈라 칼릴리(b.1975)
부슈라 칼릴리는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영화, 비디오, 설치, 사진, 판화, 출판을 아우르는 칼릴리의 작업은 동시대의 불법 강제 이주와 반 식민지 투쟁, 국제 연대에 대한 기억의 정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제국과 식민지의 연속체에 대해 탐구한다. 최근 보스턴미술관(2019), 에센의 폴크방박물관(2018), 파리의 쥬드폼므(2018), 비엔나의 세제션(2018), 콜럼버스의 웩스너아트센터(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구겐하임의 휴고보스미술상(2018)과 아르테스문디상(2018)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알렉산더 우가이(b.1978)
사진 및 비디오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우가이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기억과 노스탤지어에 대한 주제를 다루며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호작용을 탐색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2018)을 포함하여 스웨덴 룬드미술관(2018), 폴란드 루블린의 라비린트갤러리(2017), 키이브비엔날레(2017), 모스크바비엔날레(2015), 부산비엔날레(2014) 등에 참여한 바 있다.
기획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
전시 진행 조희현(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
주최 아트선재센터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덴마크예술재단, 주한 프랑스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