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대형 닻돌외 송대(宋代) 동전, 中 도자기 등 수중유물 확인 –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연수)와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이 공동으로 올해 5월말부터 7월까지 실시한 제주 신창리 해역 수중발굴조사에서 중국 도자기, 동전과 함께 3.1m짜리 대형 닻돌(碇石) 1점을 확인하였다. 제주 신창리 해역 수중유적은 중국 남송(南宋, 1127~1279)대 도자기가 다량 발견되고 있는 곳으로, 과거 중국 무역선이 난파되면서 형성된 유적으로 추정된다.
* 닻: 배를 바다 위에 멈추어 있게 하는 갈고리 달린 기구
* 닻돌: 나무로 만든 닻을 물속에 가라앉히기 위해 매다는 돌
이번에 발굴된 닻돌은 두 조각으로 쪼개져 발견되었으며, 전체적으로 긴 마름모꼴로 중앙부가 두툼하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이다. 모든 면을 편평하게 다듬었는데, 자연석의 일부만을 다듬어 사용한 우리나라 전통 닻돌과는 차이를 보인다. 닻돌 중앙부에는 닻채와 맞닿는 부분에 22cm의 얕은 홈이 가공되어 있으며, 고정못을 설치하기 위한 폭 7cm 가량의 홈도 확인된다.
* 닻채: 닻의 자루가 되는 긴 부분
이런 형태의 닻돌은 중국 송·원대에 유행하던 것으로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徐兢)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형태나 사용방법이 상세히 기록(“… 아래에는 닻돌을 달아매고 돌 양 곁에 나무 갈고리 두 개를 두었다. … 닻을 내려 물 바닥에 떨구고, 닻줄을 당겨 고정시키면 배는 가지 않는다.”)되어 있다.
이로 보아 닻돌은 나무로 된 닻가지와 결합되어 배를 정박시키는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닻을 목조석정(木爪石碇)이라고 부른다.
* 닻가지: 닻에 달린 갈고리
중국 닻돌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로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3점,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1점이 있다. 이 닻돌들은 길이 175cm 내외, 두께 11~13cm, 무게 100~130kg 정도이나, 이번 신창리 해역에서 발견된 닻돌은 전체 길이 310cm, 중심부 폭 36cm, 중심부 두께 29cm, 무게 586kg으로 크기와 무게가 기존 닻돌에 비해 매우 크고 무겁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송대 닻돌 중 중국 광둥성 양장(陽江)시 앞바다에서 발견된 난하이(南海) 1호의 닻돌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닻돌은 길이 310cm, 무게 420kg로 신창리 해역에서 발견된 것과 길이와 형태는 비슷하나, 무게는 신창리 것이 약 1.4배 무겁다. 이를 통해 신창리 해역에서 난파된 선박의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해 볼 수 있다.
* 난하이 1호: 2007년 인양된 송대 무역선으로 잔존길이 22.1m, 잔존 폭9.35m이며, 선체 내부에서 18만여 점의 유물이 확인됨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닻돌과 함께 중국 동전도 확인되었다. 발견된 동전은 경덕원보(景德元寶, 1004~1007년 주조), 희령원보(熙寧元寶, 1068~1077년), 선화통보(宣和通寶, 1119~1125년)로 모두 북송(北宋)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동전들 중 경덕원보는 고려 시대 제주도의 대표적 사찰인 수정사 터에서 중국 도자기와 함께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희령원보는 제주 고내리 유적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이렇듯 제주도내 육상과 바다 속에서 같은 종류의 유물이 확인된다는 것은 과거 바닷길을 통한 동아시아 국제교류 상에서 제주도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제주 신창리 수중유적은 1983년 금제 장신구가 발견되면서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진행된 정식 발굴조사에서 중국 남송대 저장성 룽취안(龍泉) 요에서 생산된 다량의 도자기와 상인이 직접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장 2점을 확인한 데 이어, 올해 2차년 발굴조사에서 대형 중국 닻돌과 중국 송대(宋代)의 동전까지 발견되어 신창리 해역 수중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 자료들을 추가 확보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신창리 해역을 포함하여 제주도 해안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과거 해양교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다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