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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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1.02.04 – 2021.05.30
장소 : 덕수궁 전관
작가 : 이상, 구본웅, 박태원, 정현웅, 이태준, 김용준, 황술조, 김광균,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 문학가 및 미술가 50여명
작품수 : 작품 140여점, 자료 200여점, 사진 및 각종 시각자료 300여점
관람료 : 무료(덕수궁 입장료 별도)
주최/후원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는 일제 강점기는 통상적으로 ‘암흑’의 시대, ‘절망’의 시대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아픈 상처를 들추는 것으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물론 식민지화된 국가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 같이 근본적으로 모순된 사회 구조를 견뎌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는 이전의 전통 사회와 지금의 현대 사회를 잇는 엄청난 변혁의 시기로,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신문화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튕겨냈던 ‘역동’의 시대였던 것도 사실이다. 빠른 속도로 착륙한 서양의 새로운 사상, 철학, 지식, 그리고 문화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자극했고, 또한 매료시켰다.
이번 전시는 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 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에꼴 드 파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다방과 술집에 모여 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 인식을 공유하며, 함께 ‘지식의 전위’를 부르짖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떠한 사회적 모순과 몰이해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예술가들 사이의 각별한 ‘연대감’을 통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 추동력을 얻었다.
한국 근대기 문학인과 미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들을 발굴하고 소개한 이번 전시를 통해, 비록 가난하고 모순으로 가득 찼던 시대 한가운데에서도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풍요롭고 ‘귀족적’이었던 예술가들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제 1 전시실. 전위와 융합
1934년 이상은 경성의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어 주변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였다. 특별한 장식이 없이 ‘희멀쑥한 벽’에는 온통 누런색을 띈 우울한 인상의 이상의 자화상과 그의 화우(畵友) 구본웅의 야수파 그림이 걸려 있었고, 또 쥘 르나르, 장 콕토의 경구가 쓰인 액자가 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몇 개의 의자와 탁자가 가구의 전부인 이 초라한 다방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지금 막 명동의 영화관에서 개봉된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930년대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현대성’의 징후들을 이미 모두 체험하고 흡수하고, 또한 거기에 반응했던 시기였다.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서양의 온갖 문화적 충격에 직면하여, 가장 최첨단의 ‘전위(前衛)’에 자신을 위치시키고자 했던 예술가들이 1부에서 소개된다. 이상, 박태원, 김기림 등 문인들과, 구본웅, 황술조, 길진섭, 김환기, 유영국, 김병기 등의 화가들이 야수파와 초현실주의, 다다와 추상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도 가장 앞서갔던 전위적 양식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이질적인 문화가 혼종된 독특한 자신들의 세계관을 구축해 갔다.

원출처 : 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20010900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