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눈(Snow, Voyage of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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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화발전소

기획전시

여행하는 눈(Snow, Voyage of eyes)

2021.07.16 – 08.08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5인 이상 모임관람이 제한됩니다.

※18시 이후 3명 이상 모임관람 제한 (2명까지 가능)

서문

여행하는 눈을 보며

_김솔지

더블데크웍스는 신촌문화발전소에서 7월 16일부터 3주간, 기획전시 《여행하는 눈(Snow, Voyage of eyes)》을 개최합니다. 본 전시는 이미정, 정지윤, 최희정 세 작가의 작업을 우리 몸의 감각 기관인 ‘눈(eyes)’과 자연 현상인 ‘눈(snow)’의 은유적 연결을 통해서 이해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눈은 마주치는 것일까요?

마주치는 대상이 다시 ‘나’일 수도 있을까요?

눈앞의 대상을 끊임없이 읽어 들이는 ‘눈’의 움직임은 인간이 자신이 놓인 세계를 지각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데 필수적인 신체 활동입니다. 누군가는 눈이 아닌 손으로, 귀로,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행하는 눈》은 내가 세계와 관계 맺는 활동을 눈의 움직임으로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보기’는 눈앞의 사물, 사람, 풍경을 보는 것보다 조금 더 멀고 긴 여정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땅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고, 겨울 공기와 만나 눈 결정체가 되어 내릴 때까지, 그렇게 여러 번의 첫눈이 내릴 때까지 지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희정, 이미정, 정지윤 세 작가는 세계에 접하는 눈을 통해 ‘나’를 알아차리고 형성하는 과정을 이미지로 나타냅니다.

최희정은 사진 매체로 이미지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사유하는 사진가입니다. 이번에는 전라남도 담양 명옥헌의 여름을 담은 사진 여섯 점을 전시합니다. 소나무와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정자 명옥헌은 연못 물 흐르는 소리가 옥소리 같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명옥헌을 찾았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작가와 기획자는 여러 명옥헌의 여름 사진 중 여섯 장을 골랐습니다. 사진 속 아이는 명옥헌 오솔길에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그의 사진은 오랜 눈의 여행이 남긴 이미지 결정(image flake)입니다. 작가는 사진이라는 시간적 프레임 안에 순간의 정교한 우연을 담아냅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자신의 눈으로 들어온 순간 감각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감정은 인화지 위 감광된 이미지에서 눈으로 감각됩니다.

이미정은 작가로서 자신과 사람들 사이에 동시대적으로 형성되는 공통된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탐구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수채 드로잉 여섯 점과 풍경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입니다. 바닥에 놓인 풀, <Flat-pack: green plate>의 눈과 눈을 마주쳐보세요. 무엇이 보이시나요? 이 ‘눈’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눈을 마주칠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판재의 단면을 보거나, 배경색을 보게 됩니다. 기차 창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그림, 작품 제목 <Train, Window, Aesthetic, Wallpaper IMG>는 아름다운 배경화면을 찾을 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검색어입니다. 가로로 길게 걸린 그림들 사이사이 나무, 건물, 구름, 구덩이에 눈이 있습니다. 작가에게 이러한 눈 이미지, 눈구멍 도상은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미적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자신의 눈을 작품 속의 눈과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위치에 놓인 눈은 이미지와 나 사이에 상호작용을 만들어 냅니다.

정지윤은 과거의 사진을 시간이 지나 바라봅니다. <너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하여>는 자신이 과거에 촬영한 필름을 정리하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두 장을 배치한 작업입니다. 마치 조작한 듯 닮은 두 사진에서 그 사진이라는 매체가 고정한 순간의 시간이 지닌 허약한 두께를 체감했습니다. 작가는 사진에 응결된 일시적 시공간 앞과 뒤로 ‘보이지 않는’ 심상(心象)의 두께를 만듭니다. 텍스트와 함께 놓인 <눈>은 그가 수집한 빈티지 사진에 다른 아이의 얼굴을 포개고, 판화 기법으로 인화한 사진입니다. 그는 사진에 담긴 지표를 단편적이고 서사적인 이미지로 단순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진 자체가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자신이 세계를 재감각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본다는 것은 한겨울 펑펑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맞는 것과 같은 경험일 수 있음을 느낍니다. 한여름 수증기가 눈이 되기까지, 다시 눈이 장맛비로 내릴 때까지 눈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당신은 지금 어떠한 눈의 여행을 하고 계시나요? ‘여행하는 눈’을 보시면서 지나간 첫눈을 떠올리고, 돌아올 첫눈을 기다리는 시원하고도 따뜻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출처 : https://www.scas.or.kr/product-page/20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