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연 개인전: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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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연
2021/07/22 ● 2021/08/22

하차연 개인전: 집으로

-작가와의 대화: 2021년 8월 7일(토)
  패널: 김종길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님 그룹

하차연은 1983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래 서유럽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소수자, 외국인, 이방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자신에게 부여하며, 모두가 같이 살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살 수 없는 사회, ‘같이 살기’를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1999년 하노버에서 시작한 <스위트 홈Sweet Home> 연작과 함께, 40여년간의 작가 활동에서 주요한 소재였던 플라스틱 생수병으로 제작한 신작 <매트, 보트, 카펫 Mat, Boat, Carpet>을 소개한다.

하차연은 2000년 초 파리 노숙인의 생활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스위트 홈>을 제작한다. “일을 더하고 더 많이 벌자”라는 선거 캠페인으로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력한 이민 반대 정책에 대한 보수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낮에는 살림살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로수 위에 올려놓고, 저녁마다 그것을 꺼내 끼니를 해결하고 잠을 청하는 유랑민의 삶을 포착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며 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 이 작업은, 시적 다큐멘터리다.

고속도로 옆 스산한 공터에 오래된 여행가방들이 널브러져 있다. 굴착기가 다가가 여행가방을 집어 올리고 흙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차연의 <스위트 홈 4 Sweet Home 4> 퍼포먼스 영상이다. 자본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배제되고 내몰린 이주민의 삶을, 굴착기에 의해 마모되어 가는 여행 가방으로 은유한다.

1987년 하차연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까맣게 태워 한 그루의 나무를 세운다. 한국에서는 페트병이 일상화하기 이전, 프랑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적 문제임을 알면서도 생산해놓고 고민해보자는 식의 자본주의 생산 방식에 작가는 그 시작부터 비판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잉여물을 껴안고 그 예술적 쓸모를 다시 찾는 시도들을 반복해 왔다.

신작 <매트, 보트, 카펫>은 1,000여개의 페트병을 이어붙여 만든 설치 작업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뉠 수 있는 매트는 뗏목의 일부로 긴 줄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 마을이나 나라 같은 자신의 공동체를 떠나야만 했던 누군가의 삶이 가진 최소한의 면적을 매트로,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작은 보트로, 그리고 원하는 이를 실어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법의 카펫으로 작업은 역할한다. 1988년 작가가 체류했던 님므에서 발생한 엄청난 홍수에서 이 작업은 시작했다. 구호품으로 조달된 마실 생수병, 그 빈 플라스틱 병들이 도심에 수없이 굴러다녔던 상황을 제 예술 안에 담았다. 지금 서유럽에서는 또다시 유례 없는 홍수를 겪어 내고 있다는 자연 재해 소식이 들려온다. 소비 세계의 패턴을 끊지 못한 우리에게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자연의 반응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설치 작업은 신작 <내비게이션 Navigation> 영상과 함께 놓인다. 파도 소리, 모터 소리를 잔잔하게 담은 이 영상으로 인해, <매트, 보트, 카펫>은 물살에 따라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작은 보트에 몸을 담아 바다를 건너야 할 누군가의 불안한 마음이 작업에 담긴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하차연(b.1960)
하차연은 1983년부터 프랑스와 독일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님므(Nimes) 대학과 독일 브라운츠쉬바이크(Braunschweig)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이론과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본(Bonn) 예술기금(1992)을 수상하였으며, 독일 니더작센주 청년예술작가상 수상(1999), 파리 시테 데아르 아틀리에 체류예술진흥작가에 선정(2001)된 바 있다.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세계화된 지금 모국에 살지 않는 이방인과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인식하며, 퍼포먼스, 영상 작업, 오브제 작업,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작업으로 해석한다.

원출처 : http://altspaceloop.com/exhibitions/hcy-returnhome-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