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도 아닌 이곳 SOME WHERE NO 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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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6년 9월 9일 ~ 2016년 11월 20일

전시장소 : 소마미술관, 서울특별시 송파구 방이동 88-2, 소마미술관

낯선 공간에서 신체의 일부 또는 몸 전체를 조절하고 움직이려면 공간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간에 대한 몸의 반응은 오감 외에도 미세한 방향감각이라든지 습도와 기압에 대한 민감한 반응 등으로 좀 더 세분화된다. 그 과정에서 사유나 경험이 작용하게 된다. 공간이 자각적인 경험과 연결될 때 그 경험적 공간은 관점이라는 개념에서 얘기될 수 있는데, 단순히 점으로 환원되지 않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확장 공간이 피조물이 ‘거주하는’ 곳이 된다. 인간의 감각, 인지, 운동능력의 차원에서 공간이 구조화되면 신체성이 개입되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 공간에 구체적 장소성이 주어진다. 개인의 기억이 장소와 직결되는 것처럼,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 역시 풍경과 물리적 환경에 밀착되어 있다. 우리의 삶은 장소에 대한 희로애락, 장소를 잃고 되찾는 경험을 통해 인간화된 장소를 몸으로 기억하며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공간’(space)은 삶의 물리적 배경이다. 주체로서의 인간이 인식하는 ‘장소’(place)는 이미지로 읽히는 수많은 의미들이 중첩되어 있는 기표이다. 장소성이란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간의 정체성이며 그 정체성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 다양한 경험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장소의 가치는 인간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인류학적 차원에서 인간은 자신의 고향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를 통해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갖게 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사유의 중심축은 언제나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단절의 연속을 겪으며 필연적으로 역사에 동참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친숙해졌을 어느 도시, 어느 지역, 어느 공간, 어느 장소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어떤 개인적 혹은 공공적 경험들을 가져왔는지 돌이켜보고, 그 삶의 장소들을 ‘어느 곳도 아닌 이곳’에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들이 저마다의 기억과 감각과 경험을 환기시키며 자신이 위치한 일정 공간과 장소에 집중해보는 것, 압축해서 말하자면 잊고 있었지만 혹은 잃어버렸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음을 알려주는 ‘인간주의적 지리학’의 좌표가 전시의 기본 축을 형성하고 있다. 거주하는 곳, 낯선 곳, 그 모두가 삶이 그렇듯 무한 고리로 얽혀 있는 이곳에서 빛, 색, 냄새, 소리, 기억을 통해 온몸으로 작품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박윤정 (前소마미술관 수석큐레이터, 現체육박물관추진단 전시준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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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 http://www.artbava.com/exhibit/detail/4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