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 3건도 각각 보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를 비롯해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불조삼경(佛祖三經)」 등 총 4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는 10대 때부터 묵란(墨蘭)을 즐겨 그렸던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이 작품은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그리고, 주변에 회화사상 보기 드문 수준의 높은 격조(格調)를 담은 제발(題跋)을 4군데에 썼다. 글씨는 여러 서체를 섞어 썼으며, 글자 모양과 크기에 차이가 있다.
* 격조: 품격과 취향
* 제발: 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장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36년(영조 12)에 제작된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이다. 제작한 화승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특색 있는 머리 모양, 여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의 강한 대비 등으로 볼 때 경북지역, 특히 팔공산 일원에서 활약한 의균(義均) 등의 화승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 화기: 그림의 제작동기, 제작자, 제작시기, 봉안처 등 여러 중요 정보가 담긴 기록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비단 바탕에 색을 칠해 표현하였는데, 꽃잎형 광배를 갖추고 불단 형식 대좌에 결가부좌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지장보살 등 8위의 보살과 사천왕, 십대제자 등의 권속들을 위계와 역할에 맞게 좌우로 배치하였다.
* 영축산: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영산불국(靈山佛國)을 의미하며 영산이라고도 함
* 광배: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빛을 형상화한 것
* 불단: 법당 정면에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제단으로 수미단이라고도 함
* 대좌: 부처님이 앉거나 서는 자리
* 결가부좌: 부처님이 앉는 자세 가운데 하나로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얹은 다음 왼발을 오른 허벅지 위에 얹어 앉는 자세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한 영산회상도이면서 권속으로 아미타팔대보살에 속하는 지장보살을 표현하였는데, 이러한 형식은 19세기 경상도 일대와 서울, 경기도에서 제작되는 후불도의 한 유형이다. 제작시기가 그보다 앞선 18세기 전반인 것으로 보아, 이러한 형식을 가진 후불도의 최초 제작시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석가 신앙과 아미타 신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조선 후기 불화의 형식과 신앙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다. 더불어 도설된 내용과 화기에 기록된 화제가 일치하여 18세기 전반 영산회상도 도상 연구의 기준이 되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
* 후불도: 법당 중앙에 신앙 대상인 불상을 봉안하고 그 뒤에 거는 불화
* 도설: 그림을 곁들여 설명함
* 도상: 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표현한 미술 작품에 나타난 인물 또는 형상
보물로 지정 예고된 「파주 보광사 동종」은 주성기(鑄成記)를 통해 천보(天寶)가 청동 300근을 들여 1634년(인조 12) 제작하였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동종이다. 중국종의 형식에 우리 고유의 미감을 반영하는 조선 전기(15~16세기) 동종의 새로운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 주성기: 종의 제작 배경, 제작자, 재료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
* 천보: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전반에 활역한 승려 장인
세 줄로 만든 횡대로 종 몸체가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는데, 상단에는 분할주조방식을 엿볼 수 있는 형틀 분리의 모습이 보이며, 하단에는 반듯한 해서체로 적은 주성기가 보이는데 이를 통해 동종의 제작연대와 목적, 봉안 지역과 사찰, 발원자와 후원자, 장인과 재료 등 중요하고 다양한 내력이 분명하게 확인되어 사료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또한, 천보(天寶)의 마지막 작품으로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조선 후기 동종 제작기법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원 봉안처를 떠나 옮겨지는 일이 많은 다른 동종들과 달리 최초 봉안처에서 온전히 그 기능을 수행하며 잘 보전되어 온 점에서 그 역사성도 인정될 수 있어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석왕사(경기도 부천 소재) 소장 「불조삼경」은 원나라 판본을 바탕으로 1361년(공민왕 10) 전주의 원암사(圓嵓寺)에서 번각한 목판본이다. 중국 원나라 고승인 몽산(蒙山) 덕이(德異, 1231~1308)가 석가(釋迦)와 조사(祖師)가 설법(說法)한 3가지의 경전을 결집한 불서(佛書)이다. 불교의 교훈적 가르침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불교 경전을 처음 접하는 초학자에게 크게 도움을 주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불조삼경’의 고려시대 판본은 현재 3종만이 알려져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1341년(충혜왕 복위 2)의 정각사 판본, 1361년(공민왕 10) 전주 원암사에서 간행된 판본 및 1384년(우왕 10)에 간행된 판본이 현존하고 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타 소장본보다 인쇄 및 보존상태 등 선본(善本)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등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