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간 배다리) 이호진사진전 – 허락된 풍경 2017. 6. 1 ~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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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사진전>

전 시 명 : 허락된 풍경 unlimited landscape
전시기간 : 2017. 06. 01(목) ~ 06. 07(수)
전시장소 : 사진공간 배다리 1관 배다리전시장

 <작가노트>
허락된 풍경 (unlimited landscape)
이호진

허락된 풍경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도시를 도시인문풍경의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도시 안과 밖의 경계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중첩, 충돌하는 현장을 중심으로 ‘전형적 풍경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시공간을 또 다른 풍경으로 보고자 한다.

‘풍경’이라고 하면 우리는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마주하게 되는 대자연의 숭고한 장관 혹은 서정적이며 목가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전형적 풍경 이미지는 하나의 고정관념처럼 형성되어 왔다.    도시의 이미지 또한 어떠한 전형을 가지고 있는데 빼곡히 들어선 마천루와 번화가, 화려한 사람들의 모습 등이 대표적인 요소들일 것이다. 이러한 전형적 요소들은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미화된 이미지로 귀결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 이미지에 대해 철학자 제프 말파스 (Jeff Malfas)는 “우리 자신과 동떨어진 야생을 꿈꾸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주변에서 발견하고 우리의 꿈과 사유와 감정들을 채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풍경이다. 그 풍경은 크는 작든 그 안에서 우리의 활동을 통해 형성될 뿐 아니라 우리의 성격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라고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풍경을 더욱 확장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하고 경험하게 되는 도시의 모습도 ‘풍경’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시풍경은 우리의 활동을 통해 형성된 결과로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도시풍경에 대한 시각이 곧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시인문풍경’은 도시를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어 온 역사적 산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 전형적인 풍경이미지에서 벗어나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도시를 제시할 수 있는 대안적 접근방법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도시공간에는 자연과 인공, 원도심과 신도시, 공장과 주택, 번화가와 골목의 모습 등과 같이 과거와 현재, 개발과 보존, 중심과 주변, 빈부, 문화적 층위 등을 표출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도시는 하나의 이미지나 정체성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요소들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담고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담고 있는 도시공간 요소들 간의 관계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도시공간의 다양한 요소들이 파편화 되어 있어 서로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파편들이 다소 생경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의 관계를 보여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도시 공간요소들 간의 경계에서 이를 바라볼 때이다. 이 경계는 어떤 구역을 나누는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도시 공간요소들이 서로 중첩되어 경험되는 어떠한 지점 혹은 심리적인 틈을 의미한다.
이 경계에서 도시공간은 중층적 이미지들을 통해 도시의 역사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근거들을 증언한다. 이 증언은 ‘인간이 자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사회적, 개인적 시간과 경험이 어떻게 도시공간에 누적 ․ 변화 ․ 소멸되고 있는지’, ‘우리의 문화와 일상은 어떻게 구축되고 변화되어 왔는지’와 같은 도시에 대한 인문적 이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실마리를 따라가는 것이 하나의 역사적 과정으로 도시를 바라보고자 하는 ‘도시인문풍경’의 접근방법이다.
   도시의 풍경은 무제한적이며 동시에 제한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형적 이미지의 틀에서 벗어난 만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욕망과 변화 그리고 소멸의 증거들은 무제한적으로 표출되지만 우리의 시야는 도시공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열려 있을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 또한 무제한적 풍경 속에서 허락된 만큼의 결과를 담고 있다.
원출처 : http://uram54.com/upcoming/93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