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시 화 호[始華湖]
시화호가 인접한 안산에서 20여년 넘게 살고 있다. 안산스마트허브(구 반월산업단지)와도 가깝고, 북측간척지에 조성되고 있는 시화MTV(Multi Techno Valley)와도 그리 멀지 않다.
시화호는 서해안 대단위 간척종합개발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 쌓인 인공바다호수이다. 1987년 6월 착공하여 1994년 1월에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총 길이 12.7km의 주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탄생하였다. 시화호란 명칭은 전체 방조제의 양끝인 시흥시와 화성시의 앞글자를 따서 지어진 것이다.
업무 때문에 이곳 시화호 주변을 자주 지나다니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시화방조제에는 세계 최대규모라는 조력발전소가 건설되었고, 북측간척지에는 시화MTV가, 남측간척지에는 송산 그린시티와 대송단지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다. 대형 상업시설 등의 계획이 발표되고, 초고층 아파트 공사는 이미 시작되는 등 개발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팽창하는 고무풍선 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쓰나미처럼 급속하게 변화는 것을 보면 이곳이 어디인지 목적 없이 밀려오는 도시화를 보는 듯 해서 불안하다. 시화호 주변은 계속 콘크리트로 뒤덮여 간다.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몇몇 사람들은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자연의 나무와 잡초들은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최첨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이 뒤섞인 모습들은 나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마치 인공낙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낯선 풍경처럼 다가왔다.
<비평글>
똑똑한 도시(Smart City) – 외면하는 풍경
장복수는 자신이 일터로 있는 반월공업단지와 인접한 시화호 일대 풍경을 근 20년을 지켜보면서 구 공업단지에서 스마트허브도시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기록해 왔다.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치는 쓰나미 현상처럼 급속히 팽창하는 풍선을 보듯” 시화호를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시흥시’와 ‘화성시’를 잇는 방조제로 막아서 생긴 ‘시화호’는 산업용수를 공급하기위해서 만든 인공호수다. 이곳이 이렇게 개발되면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았던 형도와 우음도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했다. 갯벌에 방치된 폐선의 적막함이 그 증거다. 시화호 주변을 간척한 자리에 새로운 공업도시가 건설 중이다. 이름 하여 스마트허브단지 즉, 똑똑한 도시가 탄생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가 촬영한 장면들은 그런 긴박감보다는 멈춤 도시처럼 어딘지 활기가 없고 조용하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공장 같지가 않은 상가빌딩 같고, 도로에 신호등은 겨진 체 자동차는 없다. 터널은 고대도시의 기둥 같고, 벌판에 공룡두상은 폐허된 테마파크를 연상케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주변의 쓰레기더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초현실’이 따로 없다. 이제 막 칠한 도로 차선과 인접한 공장은 파스텔 톤으로 깔끔하고 위생적이다. 공장에 연기를 뿜어내고 있어도 공해라고는 조금도 방출 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끔 한 장소의 특징을 사진이 객관적으로 재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예를 들면 ‘공장지대’라는 장소를 떠올리면 우리는 틀림없이 기계, 굴뚝의 연기, 노동자등을 떠올리지만, 실재로 그 장소를 가보면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공단지대는 초기 산업시대의 인더스트리얼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 후기산업사회는 정보산업시대에 걸 맞는 스마트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공장지대는 도시의 복잡한 구조보다 더 깨끗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최첨단의 산업시설과 정보처리 장치 등으로 일명 똑똑한 기능성을 가진 유기적으로 조직된 도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장복수가 대상으로 삼았던 안산공업단지 일대 지역은 국가가 지정한 스마트허브도시로 그 모습이 앞으로 올 미래도시를 낯설게 예시한다.
풍경은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풍경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사진의 경우 현실의 시공간을 파편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를 전체적으로 드러내기 어렵다. 따라서 사진 이미지는 파편화된 표면 뒤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야 한다. 장복수사진의 특성은 바로 대상에 숨겨진 그 이면의 배경을 보아야 한다. ‘다리 밑에 놓인 보온병과 낚시도구’, ‘비닐돗자리 바탕의 궁전그림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양탄자처럼 보이고’ ‘거대한 송전탑은 고압전기를 도시로 실어 나르고’, ‘막대기를 꽃아 놓은 듯 성의 없이 심어놓은 나무는 이파리가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단일한 의미로 보아서는 절대로 읽혀지지 않는 사진들이다. 전시장에서 한 장의 사진에 담겨진 부분적인 세부와 디테일을 보아야하고 그 의미를 관객의 의식 속에서 몽타주화 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은 전체사진들이 배치된 상태를 종합적으로 연결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단박에 답을 주지 않는 장복수의 시화호 사진들은 전통적인 풍경사진의 메시지와 서정적 풍경의 감상적 차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고도로 집중을 요하는 어려운 사진이다. 이러한 사진은 파편적이고 이질적인 대상들이 함께 있어 단일한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깊게 사유하게 만드는 생각에 잠기는 사진이다. 마치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관객의 상상과 추측을 통해서 환유 적으로 전체그림을 그려야하는 것이다.
시화호 주변은 그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동호인들이 한 번쯤 찾아가 멋진 풍경사진을 담아 오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인데, 대부분의 경우 이들 풍경사진은 장복수가 바라본 장면들을 외면 한다. 그것은 아름답지도 멋진 풍경도, 특별한 의미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장복수의 사진을 보고 시화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무의미하고, 편견으로 가득하다고 비평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의 사진은 시화호 전체의 모습으로 간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장면들은 삐딱하게 본 시화호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짜는 아니다. 그의 태도는 꾸미거나 과장되지 않게 중립적이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전체에서 떨어져 나온 시화호의 어떤 장면들과 대상들은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로 있는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그것은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으로 단지 똑똑한 도시처럼 정보로는 분명히 연결할 수 없는 것이다. 시화호의 파편화된 장면 속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들은 바로 현대세계가 처한 바로 그것이고, 해석을 통해 읽어내야 하는 이질적인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가 멋진 풍경사진을 찍겠다고 외면했던 바로 그것이다.
사진이미지비평 – 이영욱
원출처 : http://uram54.com/upcoming/93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