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_ 今 _ Present 유익상 YOO Ik 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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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fri) – 2017.11.25(sat)

 

시간에 대한 관심은 2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 문득 생겨났다.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 가로등 조명으로 마치 낮처럼 환하게 빛나던 창문 밖 풍경의 그 생경함이란…

그런 생경함이 점차 익숙해질 무렵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맞닥뜨린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 ‘Empire of light series’는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당시 대한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완고하셨던 내 아버지 덕분(?)에 밤늦도록 싸돌아다니고 싶었던 나의 욕망은 억압되었다. 이러한 억압은 내 작업의 모티브가 되어 선형적인 시간 흐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시간을 역행하거나 공존시키려는 나의 시각적 탐험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물로 나는 학위를 받았다. 이 후 시간에 대해 더욱 천착하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이라는 ’현재성’으로 귀착되었다.

‘현재성’이란 직관됨으로서 존재하며, 운동 감각적이다. 현재는 절대적 시간관에 의한 크로노스적(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며, 감각적으로 직관된 이질적 느낌에 대한 내면화(innwerden)를 의미한다. 현재, 즉 ‘지금’은 경계이며, 끊임없는 감수성으로 지각되고 또 변화한다. 이는 한정된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전의 지금과 후의 지금이라는 두 개의 시간 경계 속에서 지속하며, 시간을 결합하는 동시에 분리한다.

내 작업의 이론적 배경은 ‘베르그송’의 시간관으로부터 기인하였다. 베르그송은 ‘뇌’ 작용에 따라 발생하는 주체의 주관성을 설명하면서 ‘기억’을 현실태(Actual)로 ‘회상’을 잠재태(subconscious)로 구분했다. 즉 기억은 지각과 행동에만 관여하는데 반해 회상은 그 자체가 물질의 총체로서 비가시성, 비체험적 영역을 아우르는 ‘순수과거’를 나타낸다. 이러한 순수과거로 풍덩 빠져서 몰입하는 것이 바로 ‘사유’이며, 다시 솟구쳐 폭발하여 수축되는 지금을 ‘현재’라 말한다. 베르그송의 시간관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흐르는 계기적이고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잠재성에 빠졌다가 솟구쳐 폭발하는 시간인 현재가 ‘지속(durée)하면서 ‘공존’하는 것으로 여기서 ‘지속’은 본질적으로 여러 온갖 것들이 모두 존재하는 잠재적 다양성을 가지기 때문에 어떠한 동일성도 존재할 수 없음을 표상한다. 즉 베르그송이 설명하는 ‘지금’은 그 폭발의 크기에 따라 수축의 정도가 다른 다양성들이 지속하면서 공존하는 것의 반복인 것이다. 이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깊은 공명관계를 나타내는데 ‘동일성의 지속’이 아닌 ‘차이의 지속’을 의미하고 있다. 결국 현재성은 이러한 다양성에 기인한 차이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도약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내 작업은 베르그송의 ‘지금_今_Present’ 개념에 대한 시각적 재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양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속이 현재와 과거 사이에서 공명하고, 순수과거 속에 잠재되어 있던 내 주관적 회상의 대상을 사유하고, 폭발시켜 ‘지금_현재’ 에 공존시키려는 시도쯤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또한 횡단보도를 그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서로 다른 이 쪽과 저 쪽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정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무리가 마주쳐 혼재되는 순간이 마치 순수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의 주관성이 폭발하여 수축되는 ‘지금’으로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원출처 : http://www.korogram.com/5164844552-_-20170-_-presen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