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기획 의도
대안공간 눈은 다년간 신진 작가를 지원하고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해왔습니다. 더불어 2014년부터는 시각문화예술 분야의 평론가로서 활동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새싹이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더 나아가 2017년 연말부터 새로운 한 해를 여는 2018년 1월까지 시각문화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예술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예술 기획자들을 지원하는 <2017 대안공간 눈 신진기획자 지원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기회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어렵게 느껴왔던 현대 예술에 부담 없이 다가가고, 더 나아가 확장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음을 기대합니다.
참여 기획자 : 나윤주, 목명균, 박주원, 마틴 배런, 손배영, 조재연, 전유정
참여 작가 : 김다솜, 서슬기, 손배영, 이산, 이인강, 김효진, 김비주, 김효정, 김혜경, 방미화, 짠민우, 임상철, 김진호, 임동현, 신건우, 정동호 (16명)
세부전시 보기 : <따뜻한 밥을 지어>展
: <글로 배우는 연애>展
: <너와 나의 아비투스>展
: <마담의 주방>展
전시기획의도:
가장 혼자여야 하는 시간이 있다.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나’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도.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전시서문:
“이해”란 해석학적으로 공통-보편이라고 할 만한-의 지평에서 일어나는 일. 반대로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기만한 일들을 가리킨다. 그래서 취향존중, 줄여서 “취존”이란 낱말의 쓰임새는 그 개인적이기만한 일을 이해해달라는 요청임에도, 그자체로 그것은 모순을 갖게되는 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 즉 취향과 공통의 지평이라 칭해지는 이해는 서로를 늘 포함하지 않는다. 그래서 “취존”은 그것이 내뱉어질 때마다 상대의 안으로 들어가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를 쉽게도 방치해왔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취향이라면 더 이상 상대를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취향은 그래서 존재가 가장 혼자여야 하는 시간이며,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때이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진정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이라면, 그리고 그 믿음에 헌신하고자 한다면, 그는 가장 개인적이기만한 일들에서도 공통의 지평을 찾는 일에 종사해야만 한다. 기획된 전시들이 모두 경유하는 지점은 그렇게 취향에서 공통의 지평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것을 공통의 지평에 위치시키는 것은 가장 고유한 예술의 몫이다. “저 그림은 아름답다.”라고 일컬어질 때, 그것은 내게만 아름답다는 말로 풀이되지 않는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판단’임에도 표현을한 예술가의 취향도, 받아들이는 ‘나’의 취향도 그것이 모두에게 아름답길 염원한다. 사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진정으로 가능하다고 가장 오랜 믿음을 가지고 헌신했던 것은 예술일지도 모른다.
취향은 가장 개인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장소는 늘 사회에 놓여져있고, 그것의 문을 연다면 그 사회 그러니까 공통의 지평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혼자여야 하는 시간이 있다.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나’일 때가 있다. 전시는 그 문을 열고 이음을 만들고자 한다.
그 순간에도.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