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클럽 사진전 <팔도여담-강원,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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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7년 12월 19일~24일

전시장소 : 사진위주  류가헌

한국의 팔도를 발로 걸어서 기록하는 사진가들
‘이 책을 따돌림과 억누름을 받으면서도 청구도와 대동여지도 그리고 인문지리지 대동지지를 편찬한 이 나라 지리 연구의 외로운 선구자 고산자 김정호 선생에게 바칩니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이 같은 문장이 쓰여 있던 <한국의 발견>(뿌리깊은나무 발행)을 기억하시는지. 한국의 자연환경과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최초의 시도이자 유려한 문학적 서술, 아름다운 풍경과 다큐멘터리사진으로 한국의 팔도를 정리하고 새롭게 발견케 한 책이다. ‘최초’ 발행으로부터 30여 년이 흘렀지만, 다시는 시도되기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 지금까지도 이 책을 아끼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처음 <사진모임 닷클럽>이 ‘팔도여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한국의 발견>시리즈였다. 그리고 헌정 문장에 쓰인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떠올랐다. ‘팔도여담’은 10년 동안 매년 각 도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시와 책으로 엮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다. 스무 명의 사진가들이 우리 시대 한국인으로서 또한 사진을 하는 사진가로서 동시대 전국 팔도 한국 땅과 한국인의 삶의 모습들을 촘촘히 기록하려는 것이다. 과연 ‘사진을 매개로 모여서 공부하고 촬영 다니는 자발적 집단’이라는 순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닷클럽>이 그 지난한 과정을 해나갈 수 있을까.

주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닷클럽>은 작년에 보란듯이 경상북도와 대구를 촬영해 <팔도여담-경북편>으로 그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올해는 강원도와 제주도로 두 번째 책을 내고 전시를 한다.

남한의 북쪽 끄트머리인 강원도와 바다건너 남쪽 섬 제주도.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 <닷클럽>의 사진가들은 동시대 삶의 풍경을 기록한다는 하나의 맥락으로 일 년간의 사진작업을 지속했다.

김영진은 곳곳에 자리한 교회건물을 찍었다. 논밭과 숲 사이로 곧게 뻗은 십자가가 사진을 가로지른다. 석정은 농촌마을의 어르신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부정한 허리를 모처럼 꼿꼿이 세우고 카메라 한 가운데 섰다. 이상임은 이용소, 식당, 방앗간, 조선소 등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가게들을, 이형란은 마을의 행색을 보여주는 버스정류장들을 기록했다. 손은영, 윤길중, 임경희, 최영귀, 한기애, 홍성희 역시 저마다의 시선과 앵글로 강원도와 제주도의 현재를 생생히 기록했다.

사진가들이 일 년 동안 일과 일상의 틈새를 헤치고 강원도로, 제주도로 향해 옮겼을 걸음수와 마음으로 눌렀을 셔터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일년의 결과물들이 묶인 <팔도여담 강원 제주편>에서 ‘자발적’ 즉 자기가 좋아서 절로 하는 일의 흥과 힘을 본다.

 

닷클럽
  
전시참여 작가 
김영진, 김인수, 석정, 손은영, 윤길중, 이상임, 이형란, 임경희, 최영귀, 한기애, 홍성희

사진모임 닷클럽은 사진을 매개로 스무 명이 모여 공부하고 촬영 다니는 자발적 집단이다. 한 달에 두 번 특강강사를 모셔 강의를 듣고, 한 달에 한 번 주말을 이용해 촬영을 다닌다. 거창한 아카이브를 하자는 건 아니고 동시대 우리 땅과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을 한다. 작년에 대구와 경북지역을 1년 동안 촬영해 사진집 <팔도여담-대구.경북편> 출판과 전시를 하였고, 올해는 1년 동안 강원도와 제주도를 오가며 촬영을 하였다. 그 결과물을 12월 류가헌에서 전시와 동시에 사진집 <팔도여담-강원.제주편> 출판도 한다.
목표가 우리를 이끈다

닷클럽은 전국 시군 단위를 모두 돌며, 10권의 사진집 <팔도여담>을 내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조금은 과한 목표일지 모르지만 목표가 있어야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이다. 작년에 대구와 경북지역을 일 년 동안 기록해 <팔도여담_대구·경북편>을 발간하였고, 올해는 강원도 17개 시군과 제주도를 오가며 촬영을 해 <팔도여담_강원·제주편>을 내게 됐다. 강원도와 제주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살아오면서 강원도와 제주도를 수없이 다녀왔지만 주로 관광지에 국한된 건 나뿐만이 아닐 듯하다.

닷클럽은 스무 명이 모여 한 달에 두 번 강사를 초청해 사진공부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주말을 이용해 촬영을 다닌다. 면소재지를 기점으로 국도를 따라 다니다 마을이 나오면 들러 마을사람들에게서 고단한 삶 헤쳐 온 경험담도 듣고, 들판에 일하는 농부들이 보이면 밭두렁에 앉아 함께 휴식도 취하고, 발길 뜸한 문화재도 둘러본다. 잠시 들러 한 지역을 기록한다는 건 무리라는 걸 알지만, 방대한 지역 곳곳을 누빈다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소풍 떠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촬영을 다니지만 카메라를 통한 시선이 각자 다르다는 게 단체 촬영의 묘미가 아닐까!

김영진은 도시의 대형화된 교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들을 풍경과 함께 담았고, 석정과 손은영, 윤길중은 평생 자기 자리를 지키며 일손을 놓지 못하는 노인들의 삶과 그들의 표상을 포착하려 했다. 이형란은 지역마다 다른 버스정류장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애썼고, 이상임은 곧 사라질 위기에 몰린 오래된 건물의 간판을 주로 찍었다. 임경희는 얼기설기 얽힌 전깃줄을 개발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기록했다. 한기애는 관광지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폐기된 풍경’을 찾아 담았고, 최영귀와 홍성희는 가옥들을 어우러진 주변 배경과 함께 찍었다.

사진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나 사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거 같다. 쨍한 사진 한 장 얻기 위해 유명 출사지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잠시나마 그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나를 돌아보고,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한 컷 담아오는 기쁨을 얻기 위해 닷클럽은 존재한다.

윤길중

 

원출처 : http://ryugaheon.com/221166626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