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손장섭에게 자연은 민중의 삶과 역사와 분리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손장섭의 2000년대 작품은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에 자연은 민중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민중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표현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작품들에서 자연은 민중의 삶의 배경이 아니라 민중 자체와 동일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소위 민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요소들은 거의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 자연이 곧 민중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중을 이해하는 작가 손장섭의 시선은 자연을 바라보고 그리는 시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