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원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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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잇대는 골목 사이로

“태어날 때부터 계동에 살았어요. 휘문 고등학교가 이전하고, 현대빌딩이 올라가는 걸 어릴 때 봤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창덕궁 옆 빨래터에 가재 잡으러, 삼청공원에 오디 따러 다녔지요. 중앙고등학교 앞 언덕에서는 겨울마다 비닐포대를 썰매삼아 타고 놀았어요. 딸을 낳고는 도시락 싸서 어머니 모시고 딸 데리고 자주 삼청공원에 나들이 갔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평생을 보낸 박문수 씨의 이야기다. 시집을 오면서부터 계동에 살기 시작한 어머니와 박문수 씨의 자녀까지 3대가 나란히 현재도 계동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박문수 씨의 이야기 속에는 계동이라는 공간(空間)이 있고 그 공간에 산 사람(人間),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딸을 데리고 삼청공원에 간 시절 등 각각의 시간(時間)이 담겨 있다.

‘계동’이라는 지역을 바탕으로 ‘사람(人)과 사람’ 사이, ‘곳(空)과 곳’ 사이, ‘때(時)와 때’ 사이를 사진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담아낸 것이 사진가 강다원의 <間_사이간>이다.

“우연히 찾아간 동네 계동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덧입혀 살아가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마을이었어요. 과거와 현재가 잇닿아있는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600년 동안 켜켜이 쌓인 기억들을 알고 싶어졌지요.” 사대부들이 살던 집부터 3·1운동을 논의한 장소, 천주교 성지인 석정보름우물까지,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들었다. 계동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 품고 있는 역사와 공간에 대한 기억,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를 사진과 영상, 인터뷰로 기록하였다. 전시 <間>은 이렇게 탄생했다.

전시는 계동의 지역사와 가족사, 개인사를 각각 ‘공간’, ‘인간’, ‘시간’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의 벽면들은 개념에 따라 서로 다른 작품들을 담는다. 첫 번째 벽면은 ‘공간’으로, 오랜 시간 그 위치와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길과 건물의 모습을 전시한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 열 곳의 유래와 변화과정에 대한 기록 및 현재의 모습도 함께이다. 두 번째 벽면은 ‘인간’으로, 계동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3대 가족 구성원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초상사진과 인터뷰 형식으로 담는다. 세 번째 벽면은, ‘시간’으로 시집온 뒤 65년을 계동에서 살다 가신 한 할머니의 오래된 생활물건 사진을 전시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계동의 정겹고 아기자기한 골목길 영상도 상영된다.

강다원 작가는 전시를 통해 계동뿐만 아니라 여러 골목과 마을에서 ‘사람(人)과 사람’ 사이, ‘곳(空)과 곳’ 사이, ‘때(時)와 때’ 사이의 교감과 소통이 넓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는 류가헌에서 5월 3일부터 한 주간 열린다.

원출처 : http://ryugaheon.com/220693703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