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2018 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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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2018 전라도
2019-06-29-2019-07-12
임재천

■ 전시 기획 의도

대안 공간 스페이스22에서 2015년 제주도 전시를 필두로 이후 강원도와 부산광역시를 거쳐 어느덧 네 번째에 이른 <50+1, 2018 전라도> 임재천 개인전을 선보입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사진노동자 임재천이 발견하고 촬영한 전라도의 진면목과 가치를 50명의 후원자들이 고른 50점의 사진과 더불어 선보이는 사진전입니다. 

<50+1> 프로젝트는 사진노동자 임재천과 50명의 후원자들이 이루는 협업을 일컫습니다. 즉, 1백만 원씩을 후원해줄 50명이 성원되면 그때로부터 임재천은 후원금을 받아 한 달에 10일씩, 1년 120일 동안 한국의 6개 도 3개 시 중 한 곳을 정해 사진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후 임재천이 고른 200장의 A컷을 눈빛출판사에서 다시금 150장으로 간추리고 이를 50명의 후원자들에게 신청한 순서대로 보냅니다. 후원자들은 이 가운데서 각자 소장하고 싶은 1컷씩의 사진을 고르게 되며, 이렇게 선택되는 50점으로 전시를 하게 됩니다.

즉, 임재천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가족 부양을 하는 동시에 촬영을 책임지고, 후원자들은 임재천에게 경제적 후원과 동기부여를 주는 동시에 향후 전시 사진 셀렉트를 책임지는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이자 협업이 50+1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2주일에 걸친 <50+1, 2018 전라도> 전시가 완료되면 해당 사진을 전시되었던 액자와 더불어 1/9번의 에디션으로 50명의 후원자들에게 각각 전달합니다. 이는 <50+1>프로젝트의 완결이자 또 다른 시작이 됩니다. <50+1>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6개 도와 3개 시를 400명의 후원자와 함께 8차례에 걸쳐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전시 개관 날인 2019년 6월 29일에 「한국의 발견 04 – 전라도」 임재천 사진집이 눈빛출판사에서 발간됩니다. 참고로 눈빛출판사의 「한국의 발견」 시리즈는 <50+1> 프로젝트의 진행과 함께 전 8권으로 발간 예정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제주도, 강원도, 부산광역시 편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50+1> 프로젝트 대상지는 충청도입니다. 2020년 2월 28일부터 한 달간 페이스북에서 후원자 모집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전업 사진노동자가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기업 등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페이스북을 통한 일반인들의 후원에 힘입어 사진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기적의 연속이자 꿈의 실현이라 할 수 있는 <50+1> 프로젝트. 그 네 번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 작가의 말

이전에도 나에게 전라도는 낯선 땅이 아니었다. 나고 자란 경상도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동안 만났던 전라도는 내 경험과 기억 속에 존재했던 것보다 더 크고 넓었으며 깊었다.

<50+1, 2018 전라도> 프로젝트 촬영은 2018년 4월 3일, 전북 군산시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담는데 촬영의 중점을 뒀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어디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전라도의 진면목과 가치를 발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전라도란 지역이 지닌 숱한 진면목들 중에서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것은 ‘귄’이라는 말이다. 끼니를 해결하려 찾아든 백반집에서, 마을의 초입이나 들녘 한편에 우뚝 솟은 노거수들과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서 나는 전라도란 땅이 품고 있는 ‘귄의 정신’을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국어사전에서 귄을 찾아보면 ‘귀염성의 방언’이라고 나온다. 광양, 담양, 순천, 영암, 진도 등지에서 사용하는 ‘귄있다’는 표현은 귀염성스럽다는 형용사로 쓰인다. 외모가 예쁘거나 잘생겼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말이다. 귀엽다거나 매력적이란 뜻으로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정서가 ‘귄’에 깃들어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귄’처럼 사용하는 표현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시기’다. 이미 서로가 알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서 나누는 말이 거시기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구체적인 해명 없이도 거시기란 단어 하나로 대화와 삶이 자유롭게 유통한다. 이는 거시기가 전라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말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므로 귄과 거시기는 곧 전라도 사람들이 나누는 교감이자 공명에서 비롯된 삶의 언어다. 또한 그것은 권력과 부를 움켜쥔 자들에 대한 공명이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금파리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사람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져간 숱한 민초들에 대한 공감이자 공명인 것이다.

손님을 돈이 아니라 내 가족처럼 대접하기 위해 국내산 식자재로 정성을 다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식당 주인장들. 그깟 나무 한 그루쯤으로 치부하지 않고 마을의 수호신이자 이웃처럼 여겨 수백 살이 넘는 노거수가 곳곳에서 자라나고, 생면부지인 낯선 이가 배는 곯지 않고 다니는지 염려해주고 또 거리낌 없이 식사를 차려주던 사람들. 그리고 세월호를 맞이하고 그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따스하게 안아주던 이들에게서 나는 타인과 뭇 생명들을 ‘귄’하게 여기는 전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약자나 타인의 삶을 깔보고 짓밟는 부정한 권력에게 항거하고, 혹세무민하는 위정자들을 향해 번연히 반대와 정의를 외치는 전라도 사람들의 기질이야말로 ‘귄의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지난 1년 동안 이 같은 전라도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50명의 후원자분들에게 큰절을 올리고픈 심정으로 감사드린다.

짧게는 수십 킬로에서 멀게는 수백 킬로에 이르는 찻길을 주야에 걸쳐 운전하고, 불볕더위와 카메라가 얼어붙는 추위를 견뎌야 하는데다가 실제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던 초면의 동행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진노동자 임재천을 믿어주고, 제주도부터 전라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발견> 사진집을 계속해서 내주고 계신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님과 그 가족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혹자는 임재천이 <50+1>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해서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애당초 기적이란 한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다수의 노력과 성원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계신, 해마다 기적을 이뤄내고 있는 후원자들과 곳곳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전해주시는 모든 친구님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끝으로 맹자의 <고자상편 6장>에 나오는 말씀을 빌어서 <50+1, 2018 전라도> 촬영에 임했던 사진노동자 임재천의 소회를 대신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인개유지人皆有之 
남의 불행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인개유지人皆有之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공경지심恭敬之心 인개유지人皆有之
남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시비지심是非之心 인개유지人皆有之
옭고 그른 것을 따질 줄 아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2019년 6월 임재천

■ 작가약력

임재천(任在天)은 경북 의성 탑리 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사라지고 변해 가는 한국 풍경의 기록에 무게를 두고,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촬영해 오고 있다. 

초대전 <한국의 재발견>(2016, 희수), 개인전 <제주도>(2015), <강원도>(2016), <부산광역시>(2017)를 스페이스22에서 개최하였고, 특별전 <낙동강>(2008, 국립김해박물관)을 가진 바 있다. 

사진집으로 모두 눈빛출판사에 발간한「한국의 재발견」(2013),「소양호 속 품걸리」(2014),「한국의 발견 01-제주도」(2015),「한국의 발견 02-강원도」(2016), 「한국의 발견 03-부산광역시」(2017)가 있다. 이와 함께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2008, 문학동네) 외에 공저가 여러 권 있다. 

홈페이지 / http://photospace22.com/artist/about?user_idx=117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docujay


*50+1, 2018 전라도 후원자 명단 (가나다 순)
강길원, 강민주, 김기동, 김기현, 김대봉, 김옥녀, 김인기, 김정선, 김주덕, 김철회, 문정윤, 백중기, 석정훈, 송영관, 송인준, 송일석, 신미진, 안동규, 오재우, 유광현, 유석묵, 윤대진,윤정현, 이명훈, 이상욱, 이완재, 이원형, 이유홍, 이인표, 이제국, 이혜숙, 이희천, 임도근, 임미영, 장동원, 장은미, 전광출, 정진호, 조영신, 진모영, 하종완, 하혁준, 한은희, 한지혜,
한태호, 허정훈, 허진, 홍성국, 황경남, 황종환.

원출처 : http://www.space2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