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땅-두만강 심학철
올 가을 혜윰갤러리에서 심학철 사진전 《경계의 땅-두만강》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가 심학철의 두만강 연작 중 대표작인 <두만강변의 황소>, <강위의 유람선>, <강변의 철조망>을 포함한 사진 26점을 선보인다. 심학철의 <경계의 땅-두만강>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두만강의 풍경을 개인적이고도 객관적으로 담아낸 연작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연변에서 두만강의 모습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하였다. 작가 자신이 마치 두만강에 머무는 생명 혹은 어느 사물인 것처럼, 두만강에 꾸준한 시선을 떨구며 담아낸 사진을 바라보면 흔히 강가 풍경에서 접하는 것과는 다른 이미지를 마주한다. 국가의 경계를 바라보며 유영하는 유람선,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와 같은 정치구호가 쓰인 이미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강변의 철조망 등을 시각화한 사진에서, 평화로운 가운데 실은 불안정함이 기저에 깔린 접경지역 두만강의 대조적 현실이 드러난다.
두만강은 우리에게는 대립적인 이념과 정치적 의미로서는 아픔의 장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풍경에서 감성적이고 시적 상상력이 불러일으켜진다. 이 이미지들은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 속에서 너와 나의 간격을 확인하게 하고, 내가 어디에 서있고, 네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사진이 된다. 어느 정도의 기록성을 가지고 있는 이 작업이 주관적인 시선으로서 쓸쓸하고도 적막한 울림을 지니지만, 작가 심학철은 그것을 딱히 무엇이라 정의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리적, 물리적 경계로서의 두만강 풍경을 담아내 그 곳이 자신에게도 단순한 장소가 아닌 것처럼,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장소임을 느끼게 한다. 본 전시를 통해 지리적으로는 멀리 있지만, 마음으로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기획 최희정
경계의 땅 두만강
여기에 있는 사진들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나의 고향 땅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 중 하나다.
<경계의 땅 두만강>은 중국 동북아 최북단 동쪽의 끝을 달리고 있다. 강물을 사이에 두고 국경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북쪽은 중국 남쪽은 조선 땅 그 경계를 가르는 두만강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변경지대에 머물러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무심결에 머문 나의 시선의 결과물이다.
이들 작업은 모두 어느 정도의 기록 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작업을 다큐멘터리형식의 사진으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들 사진은 나의 주관적 감성이 묻어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객관성을 추구하고 중성적 입장의 시선을 던지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은 내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 또한 작가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런 사진들이 순수한 작가의 감정들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나는 솔직하고 싶고 나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내게 머문 시선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의 땅 흐르는 강물이다. 그 사이에 ‘김일성장군초상이 걸려있는 기차역’, ‘유람선’, ‘오리’, ‘병사’, ‘유람객’, ‘집들’, ‘농사 짖는 농부’, ‘소’ 등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이것들이 어떤 말을 내게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딱히 무엇이라 정의 할 수는 없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작업하고 있는 사진에 이름을 달아주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작업에 제목을 달고 작업의 내용을 글로 옮기는 일은 내게 고욕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은 내 작업에 한가지 주제로 의미를 고정시키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무엇보다 내가 느낀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존재론적으로 나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다. 나도 알 수 없는 변덕스러운 느낌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 나의 작업을 잘 설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가져 보지만 그 때마다 나의 심정은 절망에 가깝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작업의 내용을 말해야 한다면 일반적인 설명 그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사진의 이미지는 말이 없고 나의 설명은 이 작업을 하게 된 동기 정도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 언제나 수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