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9 – 2021/06/06
장소: MoPS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
기획: 한미사진미술관 참여작가 : 심학철
한국사진 다음 세대의 지속적인 후원자 및 중추적 조력자가 되자는 취지 아래 한미사진미술관은 2015년부터 30~40대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적으로 접수 받고 검토해왔다.〈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지속해온 작가지원 프로그램은 매년 접수된 포트폴리오들 가운데 일련의 선발과정을 거쳐 개인전과 단체전, 연계 도록출판과 해외 리뷰 참가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한해동안 접수된 포트폴리오 90여 건을 대상으로 1차 디지털 포트폴리오 심사와 2차 작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총 6인의 작가를 선정했다. 개인전 작가로 선정된 심학철은 고향인 연변에서 아마추어 그룹에 속해 1990년대 중반 사진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익힌 사진기술을 바탕으로 그가 선보인 사진은 그럼에도 꽤 일찍부터 국내 개인전(2006)과 뉴욕에서의 단체전(2007)을 비롯,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그는 고향인 연변을 떠나 한국에서 이주민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일용직 노동현장을 전전하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은 그는 지금도 몸담고 있는 노동현장의 일상을 사진에 담고 있다. 사진의 본질적인 속성인 “현실의 재현과 증언”의 힘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의 사진을 기획력 있는 전시와 출판물의 형태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족인 그가 2002년부터 고향 연변의 사회적 풍경을 기록한 《기억연변》(2002~2018)연작을 선보인다. 그간 국내외에서 주요작업으로 주로 소개한 흑백시리즈 《경계의 땅 두만강》(2011~2018)이나 근작인《이방인》(2015~ ) 대신에 《기억연변》을 전시연작으로 염두에 둔 건 몇 가지 이유에서다. 2013년 한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연변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심학철이 내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이 작업은 연변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조선족의 일상의 단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짚어낸다. 또한 동일한 연작 안에서 연변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작가의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시선의 교차는 그의 삶 가운데 누적된 현실과 그의 주관을 반영한다. 시차에 따른 작가의 환경적 변화로 생긴 그 시선의 균열은 작업 안에서 흥미로운 지점이자, 다양한 의미작용을 낳는다. 그 어슷한 시선이 교차하는 연작을 통해 작업이 삶 그 자체인 심학철의 근본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사진들은 인물초상과 풍경, 가옥 내부와 외관, 가족의 대소사, 공공행사 등 여러 주제를 포괄하며 연변 내 조선족의 삶의 자취를 기록했다. 유형학적인 시선으로 촬영한 사진 속에는 조선족의 풍습과 일상이 드러난 피사체가 일관된 형식으로 포착되어있다. 사진들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인 조선족 일상의 단면을, 언젠가 그 자취를 감출 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한편, 주관적인 작가의 시선을 투영한다. “사진의 이미지는 말이 없고…. 내 마음은 언제나 수다스럽다.”고 작가가 고백하듯, 조용하고 정제된 그의 사진 속엔 하나가 아닌 다양한 작가의 주관과 감성이 베여있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시선이 뒤섞인 그 사진 속에서 연변은 결코 동일한 대상이 아니다. 그 사진을 대면한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아마도 연변의 모습이 아닌 연변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작가의 시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