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 (화) ~ 12월 1일 (일)
글과 그림, 사진이 함께 묻는다. 서귀포를 아시나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서귀포를 아시나요> 출간 기념 기획전시
오랜 언론인 생활을 접고 떠난 산티아고 길에서 뜻밖에도 고향을 다시 만났다. 산티아고 길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서귀포의 풍경과 기억이 기억의 지층을 뚫고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네 집 올레의 현무암 돌담, 그 검은 돌담 귀퉁이에 핀 새하얀 수선환, 서귀포초등학교에서 외돌개 솔숲까지 걸어서 가던 소풍길, 고향 자구리 바당의 푸르른 빛깔, 까마득한 소낭머리 절벽에서 꽃잎처럼 떨어지던 소년들의 다이빙하던 모습….그리움에 목울대가 뻐근해질 정도로 고향 서귀포 바당이 그리워졌다.
– <서귀포를 아시나요> 본문 중에서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소녀 ‘맹숙이’는 1970년대 후반 대학을 가면서 고향 제주를 떠났다. 이후 서울의 언론계에서 우리나라 여성 정치부 기자 1세대로, 시사주간지 사상 첫 여성 편집장으로 20여 년 간 숨 가쁜 생활을 했다. 2006년, 오랜 언론인 생활을 접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 이런 길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겼고, 제주올레의 개척자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이 되었다. 그녀가 12년 전 제주에서 시작한 길은 현재 규슈올레, 몽골올레, 미야기올레까지 뻗어나가는 중이다.
올레길을 통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걷기 열풍’을 일으킨 서명숙이 고향 서귀포를 매일 걸으며 우리가 몰랐던 서귀포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 속에 가려진 아픈 역사, 그리고 성장기와 가족사를 포함한 자전적인 이야기까지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지난 10월, 마음의 숲에서 출간된 <서귀포를 아시나요>가 그 책이다.
책과 같은 이름의 특별전시 <서귀포를 아시나요>는 서귀포의 여러 절경과 올레길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제주 화가 박지현의 그림으로 ‘공간’을 삼고, 그 안에서 서명숙이 책 속에 담은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입체적인 전시이다.
서귀포 사람들은 시내에서 바라다보이는 한라산 정상부 모습을 ‘설문대할망이 머리를 풀고 누워 있는 모양’이라고 여긴다. 어른들은 먹구름 낀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말하곤 했다. “아고 설문대할망 머리에 시커먼 구름 몰려 있저게. 곧 비 옴직허다게.”
검은 현무암은 제주에 피고 지는 그 모든 꽃과 나무와 덩굴 식물들의 색깔과 모양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무채색의 힘으로 모든 색깔을 더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라산 설문대할망은 서명숙의 글 속에, 사진가 신병문이 항공 촬영한 사진 속에, 그리고 화가 박지현이 그린 수채화 속에 ‘머리를 풀고 누워있다’. 검은 현무암들도 ‘꽃과 나무와 덩굴 식물들의 색깔’을 생생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가 걸음걸음 찾고 보고 발견해서 글로 쓴 서귀포를 50여 점의 사진과 20여 점의 그림이 협동해서 눈앞인 듯 펼쳐 보인다. 글과 그림과 사진이 힘을 합쳐,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히는 서귀포에 대해 이렇게 묻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귀포를 아시나요?”라고 말이다.
전시는 11월 19일(화)부터 2주간 류가헌에서 열린다. 저자 서명숙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는 11월 21일(목) 오후 7시며, 선착순 신청이 가능하다. 문의)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