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presen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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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Jungmin Lee

3 June – 30 June, 2020

지갤러리 (g.gallery)에서는 2020년의 첫번째 전시로 사물의 존재감과 시간의 흐름, 다공간의 축적되고 혼재 된 모습을 영상화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정민의 re, presentation 展 을 진행한다.

이정민 작가는 ‘비인간적인 정확함’으로 대표되는 컴퓨터의 문서용 프로그램인 MS PowerPoint를 이용해 사람이 공간에서 사물을 인식할 때 개인마다 각기 다른 시간의 운동상태 및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로 경과하는 시간을 숫자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을 근거로 만들어진 그의 영상 작업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의존하는 개념, 즉 공간에서 사람이 어떤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은 개인의 움직임과 심리에 따라 각기 다르며 그 속도로 인해 사물은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남겨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는 크게 프로젝터와 모니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로젝터로 설치된 작업은 관객들이 직접 공간 속에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흐르는 선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하는 시간성을 경험할 수 있다. 모니터 작업의 경우 일상적인 생활 패턴 속에서 심리적 의미가 축적된 장소들을 선택, 재조합 하여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이 특별하게 인식되는 순간과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이전 작업의 주제에서 벗어나, 공간의 흐름이나 사물의 관계를 설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맥락의 공간과 사물을 병치, 중첩하여 상대적인 시간성에 초점을 맞춘다. 작업에 등장하는 각 장소는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과정과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 순간을 보여주지만 장소 간의 서사는 존재하지 않고, 동시에 공존하는 다수의 공간이나 그 공간에 대한 다수의 시점을 보여주는 분절적 재현을 표현하여, 개인적이지만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공간으로 다가오게끔 한다. 작가는 각 공간에서 경험한 시간을 수집한 뒤 이를 재현함으로서 실제 공간에서 직접 경험한 시간, 작품 제작에 소요된 시간, 작품의 러닝타임, 그리고 관람하는 시간까지 다양한 시간성이 공존하는 현상을 세밀하고 밀도 있게 표현하고자 한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경험의 공간은 축적되어 ‘선택되고 제거된 공간’과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물’, ‘아날로그적 작업방식’,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시간의 공유’로 형식화된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물은 관찰자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점차 우리 생활의 모든 일들이 AI 프로그램으로 마치 정확한 답을 찾아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느낌은 프로그램이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작가가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파워포인트에서 개체들의 움직임은 ‘위에서,’ ‘왼쪽에서’ 등으로 동작이 지정되고 시간은 정 확한 수치가 아닌 ‘아주 빠르게, 빠르게, 보통, 느리게, 아주 느리게’ 로 우리가 속도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로 표현 된다. 숫자가 아닌 애매모호한 언어로 지칭되는 움직임과 속도는 각자의 경험적 순간을 나타내는 데에 있어 탁월하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프로그램 된 수치(숫자)로 판단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애매모호한 언어로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출처 : https://www.gexhibit.com/exhibition#/re-presen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