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 2021/04/17 – 2021/06/26
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기획: 한미사진미술관
참여작가 : 마이클 런드그렌
한미사진미술관은 사막의 대자연에 대한 참신하고 매력적인 접근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마이클 런드그렌의 국내 첫 전시로 《Geomancy》를 선보인다. 미국 서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런드그렌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각지의 사막을 포착해왔다. 그는 풍경사진의 전통에서 벗어나 사진의 시적 잠재력을 탐구하며《Transfigurations》(2000~2006),《Matter》(2006~2014),《Geomancy》(2016~2019) 등의 독창적인 사진작업을 이어왔다. 런드그렌의 사막 풍경은 태초의 원시적 공간부터 상징적 모티프로 엮어낸 초현실적인 공간, 인간의 흔적과 대자연이 교차하는 경계의 공간까지 다양한 풍경을 아우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 《Geomancy》는 런드그렌이 미국, 멕시코, 레바논의 사막을 여행하며 인간의 흔적을 추적한 프로젝트의 결과물 39점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그의 근작이자 대표 연작인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깨끗한 땅 위에 흙이나 돌을 흩뿌려 생긴 흔적과 패턴을 해석하는 일종의 흙점인 ‘geomancy’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업은 그동안 선보인 풍경 작업에서 한 층 더 나아가, 대지를 점괘의 흔적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인류가 자연과 맺어온 관계에 대해 사유한다. 《Geomancy》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공포를 한 화면 안에 표현한다. 사막은 그 척박함으로 인해 인간에 의해 ‘버려진 땅’을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대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다. 런드그렌의 작업은 황량한 사막에서 자연과 인류가 교차하는 경계를 포착하며 기묘하고 숭고한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작품〈Current〉(2019)는 협곡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 공포와 경외심을 동시에 일으킨다. 작가는 자연의 위력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면서도 마치 바위 위에 일필휘지로 그려낸 수묵처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전하며 풍경사진의 통념을 과감하게 벗어던진다. 한편 런드그렌은 인간이 사막에 남긴 형언하기 힘든 흔적들을 포착하며 우리의 관념으로부터 한 층 자유로워진 내러티브를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눈 앞의 현전을 재현하는 대신 부재의 공간을 풍경으로 담아내는 것으로, 그는 보이지 않는 것과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사막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고대 조각, 유적, 사막여행자의 잔재물 등은 자연물과 인공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Tablet〉(2016),〈Impact〉(2017),〈Conception Rock〉(2018),〈Sleeping Circle〉(2018) 등의 작품은 인류세라는 거대한 연대기에서 그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고고학적 기원의 오브제들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황무지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세워진 돌판의 암각화, 버려진 뼈의 잔해처럼 부재의 흔적을 포착한 기이하고 냉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자연이 인간을 보살핀다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맞선다. 한편 《Geomancy》는 낮과 밤, 일출과 일몰 등 사막의 다양한 풍경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런드그렌은 간접조명, 내장형 플래쉬, 장시간 노출 등을 사용해 때로는 대상을 더욱 잘 알아볼 수 있고 때로는 그 형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도록 변형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상을 유추할 수 있는 시각적 단서가 줄어들수록 이미지는 더욱 다층적인 의미망을 형성하고 관람자는 대상의 본질적인 시각적 경험에 가까워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