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성북동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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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성북동 걷다

1997년 겨울의 어디쯤일까? 성북동을 걷기 시작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거리를 관찰하고, 건물과 도시를 멀리서 때로는 가깝게 살펴보았다. 그때는 성북동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다. 유난히도 추웠던 성북동의 겨울은 처음에 낯설었던 이름 그대로 나의 마음속에 담겼다. 그리고 1997년의 이야기는 여러 장의 사진 속에 남아있다.

2021년 성북동에 사는 사람들과 성북동을 알고 싶어 하는 누군가를 위해 1997년 성북동의 사진들을 꺼낸다. 다시 친해지기 위해 성북동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씩 말도 걸어보고 발끝에 전해지는 감촉들도 느껴보려고 걷고 또 걸었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1997년의 건물들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아파트라는 이름의 개발사업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직 1997년의 숨결이 남아있는 건물들이 성북동의 남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미 그때의 성북동이 아님을 알고 갔지만, 눈으로 확인하며 걷다 보니 기억의 소중함을 체감하게 되었다.

《1997 성북동 걷다》를 눈에 담을 때는 작품에 담긴 작가의 시선을 넘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품에 담겨 있는 평범한 생활, 일상적인 도시의 풍경이 한편의 기억으로 떠오른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작품 속의 도시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억 속을 걷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자신만의 무엇을 발견하고 기억하려면, 그저 도시를 걸으면 되고,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면 된다. 지금, 여기 성북동의 기억을, 사라져 볼 수 없는 땅의 기억을, 도시의 기억을, 건물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한다.

전시 일시
2021. 7.1(목) – 7.10(토)
13~19시

전시 장소
17717, 서울 성북구 성북동 177-17

작가
이훈길

기획
배수아

포스터 디자인
안마노, 김지섭

주최
성북동천

협력
안그라픽스

원출처 : http://17717.co.kr/1997-%ec%84%b1%eb%b6%81%eb%8f%99-%ea%b1%b7%eb%8b%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