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September – 17 November, 2021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1년 9월 10일(금)부터 11월 17일(수)까지 이명호의 <매뉴얼/MANUAL>展을 개최한다. 작가가 제안하는 작품 사용 설명에 관한 이번 전시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전시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매뉴얼’은 곧 이용, 활용, 응용, 적용 등의 단어와도 대체될 수 있다. 한 점의 사진이 어디까지 변주할 수 있는지, 작품의 다양한 재료와 표현의 방법이 작가의 관점에서 소개된다. 전시 이후 감상자나 소장자에게 작품이 어떻게 이해되고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기획인 만큼 환경과 공간에 따른 사용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향유자의 입장에서도 다루었다. <매뉴얼/MANUAL>展에서는 신작 및 다양한 시리즈의 근작 35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드러나 있던 것을 지워버리기도 하는 이명호의 작업 전반은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시적이다. 늘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캔버스가 그의 작품에서는 존재 자체로 힘을 가지는 대상이 되고, 9미터 높이의 캔버스가 일상에 가려졌던 나무 한 그루 뒤에 놓이는 순간 존재 의미가 치환된다. 그의 작업이 김춘수의 ‘꽃’ㅡ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ㅡ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가 감춘 풍경 속에 존재하나 주목하지 않는 나무 한 그루, 왜소한 잡초, 작은 돌, 누군가 버린 종이컵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호명한 피사체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이명호가 대상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결과만큼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사진-행위(Photography-Act)’는 완성된 사진의 표면을 긁어내어 결과물을 사라지게 하는(<[드러내다]/[drənæda]>시리즈 참조) 파격적인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매뉴얼/MANUAL>展은 이명호의 예술 행위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관객의 입장에서 수용할 것인지를 되묻는 전시이다. 그동안 ‘사진 이전’과 ‘사진 이후’에 주목하며 작업을 해왔던 것처럼 ‘전시 이전’과 ‘전시 이후’, ‘작품 소장 이전’과 ‘작품 소장 이후’를 예견하여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호는 작가가 의도한 작업의 개념이 감상자를 통해 새로운 은유로 덧입혀지는 상호작용을 주시한다. 감상자의 다양한 해석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는 그의 말처럼 작가와 작품을 넘어 향유자로 귀결되는 미술세계의 흐름을 이번 전시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사진이 놓이는 전시 공간 혹은 일상 공간에서의 맥락을 탐구하며 작품이 공간과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공간에 따라 어떻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