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훈 개인전 <닳은풍경:자유변형>
2021.11.14(화) – 12.5(일)
전시소개
공간291에서는 지난 2020년 신인작가 공모를 통해 김찬훈, 유하민, 최정현 작가를 2021년 공간291 신인 작가로 선정했으며,
마지막 전시로 오는 11월 16일(화)부터 김찬훈 개인전 <닳은 풍경>을 개최한다. 전시는 12워 5일(일)까지이며, 양재동으로 옮긴 공간291에서 진행된다.
(관람시간 12:00 – 18:00, 월요일 휴관)
작가노트
스무 살에 경산에 갔다가 육 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느꼈던 것은 소리였다. 무엇보다 주택가에 거주하는 노인 분들의 대화 소리가 재밌었다. 소리를 따라가니 주민의 손길이 느껴지는 동네가 있었다. 그 거리에는 이름 모를 것들이 저마다 역할을 가지며 존재했다. 경산의 엉켜있는 시간이 보였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인천을 오가며 수도권의 도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름 모를 과거의 것들은 저명한 도시의 시간 속 모든 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자리하고 있다.
옛 동네의 시간이 가득한 곳은 서울 중심부, 높은 건물들 사이에 존재하기도 하며 개발이 진행되는 도시 근처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곳의 삶은 형태보다 기능에 충실하다. 바위가 비싸다며 주변의 돌과 남은 벽돌로 집을 보호하기 위한 바위를 만들고, 비가 집으로 샌다며 아크릴판을 잘라 지붕으로 삼는다. 좁은 골목이 이렇게 요란할 수 없다. 누군가 지어놓고 간 집에 그들은 삶을 덧댄다. 삶과 아주 가까운 이 것들은 곧 나를 완전한 현실로 데려간다. 앉아서 쉴 틈이 없다. 재빨리 발걸음을 옮긴다. 눅눅한 날씨에 밖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있다. 그들은 동네를 설명해주겠다며 말을 잇는다. 이순신이 좋다며 임진왜란의 그림을 그린 문, 시에서 진행한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때문에 담벼락에 그려진 물고기들. 현실에 기반한 엉뚱한 미의식과 도시 계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한 미의식이 들렸다. 모두가 동네의 건축가이며 디자이너인 곳. 적당한 강도로 역할에 충실하고 설명할 수 없는 조형성이 있는 곳, 이 공간은 나를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 어디쯤으로 밀어 넣는다. 이내 수선스럽던 걸음의 속도를 늦춘다.
동질감으로 시작해 이질감만 남았다. 시골과 형태는 엇비슷하지만 그곳의 삶은 여기 없다. 분주한 도시 속 이 곳에는 덧대어진 현실과 약간의 낭만이 있다. 흐름의 경주에서 이탈해 유연함을 갖는 곳.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사람이 보인다.
전시주최: 협동조합사진공방
전시문의: 공간291 (T. 02-395-0291) / www.space29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