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내부에 존재하는 남, 북의 최전방 경계초소 GP. 원래 비무장지대는 ‘비무장’이라는 용어 그대로, 무장 인원이 주둔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에 들어오는 인원은 자동소총이 아닌 개인용 소화기만 휴대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은 모두 DMZ 안에 요새를 만들어서 무장된 인원들을 주둔시키고 있다. 애초 정전협정에서는 비무장지대의 출입을 ‘민사행정 및 구제 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한정하고 ‘출입자는 양쪽이 각각 1천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군인 신분의 인원은 들어갈 수가 없다. 하지만 남한은 ‘민정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은 ‘민경’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군인을 투입하고 있다. 결국 남과 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 내부에 무장인원을 먼저 투입한 측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자기들이 관리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지역 내에 민경초소들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을 민경대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주둔시켰다. 이에 남한에서도 군사분계선 이남의 남측 비무장지대 지역 내에 GP들을 건설하고 역시 병력들을 주둔시켰다.
남한의 GP는 직경 100미터 정도의 콘크리트 요새이다. 3~40명 정도의 1개 소대병력이 근무한다. 남과 북의 GP는 엄청나게 가까이 위치한 곳도 많고 대부분 고립된 지역인 데다, 하나같이 한국전쟁 당시의 격전지들인 탓에 땅만 파면 총알과 포탄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수색로 근처에서는 대전차지뢰나 대인지뢰가 발견되기도 한다. 정해진 진출입로와 인근에 연결된 수색로를 빼놓고는 누구도 다가설 수 없는 위험지대이다. GP는 비무장지대 안에 떠있는 섬과도 같은 곳이다. 콘크리트로 지어지고 3중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어 외형 자체가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듯한 모습이다. 웬만한 대포에도 버틸 정도로 철옹성 같은 견고한 구조물에 긴장감이 감돈다. 내부의 공간 구조는 구불구불 미로에 가까운 폐쇄형이다. 반면 북한 GP는 구분이 어렵다. 형태도 남한 GP와 많이 다르다. 북한 GP는 봉우리나 언덕 위에 초소 하나 달랑 있는 경우가 흔하다. 간혹 콘크리트 구조물로 되어 있는 경우라도 사람이 겨우 몇 명 들어설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그러나 초소 아래 지하에는 견고한 시설이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사를 비롯해 무기와 장비도 전부 지하에 배치되어 있다. 생활도 대부분 지하에서 한다. 남과 북이 함께 평화를 향해 나아가게 되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은 비무장지대 내의 GP를 철거하는 작업이다. 6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서로 적대적으로 노려보고 있는 GP의 철거야말로 진정한 남북평화시대를 여는데 있어서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작가의 노트에서 박종우는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북 분단의 상징인 DNZ는 60년 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 과정에서 전쟁 촉발직전의 긴장을 수없이 경험하는 가운데 우리는 종전의 평화를 마음속으로 깊이 기대했고 염원해 왔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종전의 기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6.12 북미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악수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본격적인 화합의 괘도에 오르게 되었다. 종신형의 족쇄와도 같던 DMZ, 그 중에서도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s)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비무장지대 내에서도 고립된 이념의 섬으로서 존재해왔다. 박종우가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꿈도 못 꾸었던 남북평화의 희망을 눈앞에 바라보며 이 사진을 보게 된 것은 감격할 만한 일이다. 그러기에 박종우의 사진은 암흑의 분단 현실을 뼈아픈 기억으로 삼는 선지자의 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