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僞裝 – 도시> 전시를 통해 나는 도시의 공간 분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간의 분할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경험하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상황들을 제공하는데, 건물, 건축물, 구조물 등이 분할하는 ‘벽’으로 기능한다. 공간의 분할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영역을 만든다.
원출처 : http://www.artbava.com/exhibit/detail/3125/
내가 그리는 벽은 개념적으로 도식화한 벽돌로 쌓은 것이다. 도식화된 벽돌과 방수페인트가 도포된 벽돌을 파스텔의 가루로 쌓아간다. 회색과 녹색의 가루들로 단단한 벽을 위장하며 가상의 벽을 세운다.
전시장에 2.44m높이로 세워진 원형의 가벽은 안과 밖이라는 분할을 만든다. 전시장의 사람들은 벽의 바깥 쪽에서 벽을 따라 이동하며 벽에 열려있는 틈을 통해 벽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틈에서 나오는 흰 빛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흰 빛은 무엇인가?
“눈을 떠야해” <눈먼 자들의 도시> 속 아직 눈멀지 않은 자가 말한다.
나는 전시장에 세운 원형의 가벽과 벽그림을 통해 ‘본다’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관객의 시선을 가리는 벽과 벽 너머를 볼 수 있는 틈, 그리고 빛을 통해 ‘본다’고 하는 권력과 권한, ‘볼 수 있게’ 하는 조건과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 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