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 Day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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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6년 6월 21일 ~ 2016년 6월 27일

전시장소 : 사이아트스페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28

전시작가 : 박정연
전시제목 : Day Trip
전시기간 : 2016.06.21-06.27
전시장소 :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63-1 Anguk dong, Jongno gu, Seoul, Korea  +82.2.3141.8842
전시시간 : 10:00am~07:00pm  공휴일 및 일요일_01:00pm~07:00pm

 

‘살아있음’의 수행과 경험의 장으로서의 회화
박정연 작가는 이번 전시를 당일치기와 같은 짧은 여행을 의미하는 데이트립(day-trip)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러한 여행들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적 풍경을 작가의 감각 방식에 따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과거 작업에서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상과 같은 묵직한 문제들에 대해 작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중년에 이르게 되면서 자신에게 남겨진 것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나온 시간들이 덧없고 사회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가졌던 관심과 고민들이 의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재에 남겨진 그리고 결과적으로 비워진 몸과 마음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방향도 던져주지 못한 것 같은 공허함 가운데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작가가 찾아내게 된 것은 오늘이라는 현재이었고 그 현재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및 사물들과 함께 그로부터 확인할 수 있게 된 작가 자신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작가에게 있어서는 시간이니 존재니 장소니 하는 철학적 수사들마저 이제 거추장스러울지 모른다. 그렇게 무거운 말들에 지치게 된지 오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필요한 것은 그저 오늘을 호흡하는 지금의 순간을 깊은 숨처럼 들이마시고 현재를 그림과 같은 형태로 캔바스에 그대로 내쉬면서 오직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만이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절실한 것일 수 도 있다. 작가는 그러한 연유에서인지 계획 없이 휙 떠나서 하루 동안 보고 느끼게 되었던 풍경들을 소박하게 캔바스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전시 이전의 작업에서는 주위의 동료나 제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캔바스에 그려내기도 하였었는데 그러한 작업 역시 작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사진을 찍듯이 캔바스에 오롯이 담아내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관계 맺고 지내는 사람들을 망막에 감각된 그대로 기억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풍경들에서도 역시 이러한 작가의 태도가 그대로 발견된다. 그가 호흡하고 경험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광경들은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이었을 것이며 이는 바꿔 말하면 작가에게 있어서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자신의 감각이자 기억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정연 작가의 데이트립(day-trip)에 대한 시선과 그에 대한 회화적 기록은 작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 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유의미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작가의 데이트립 작업에서처럼 여행과 유사한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래 계획적으로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없다. 당일치기 여행처럼 별 계획 없이 어쩌다 보니 이 세계의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게 된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여정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여행은 한 번 밖에 없는 것이기에 아주 소중한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그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수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일 것이다. 뒤늦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 후에는 살아가는 순간순간 그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이 된다.
박정연 작가의 사실주의적 풍경 작업들을 살펴보면 덧칠하고 덧칠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 하나의 작업으로 점철해내고 이를 반복해서 그의 회화 작품을 만들어내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과 대상을 단순히 캔바스에 옮기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업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세계와 그것을 그려내는 캔바스 사이에서 호흡하듯 상호작용하는 것에 심취하여 그것을 반복하며 작업하였을 것 같다는 말이다. 결국 박정연 작가에게 있어서 회화작업은 마치 소가 풀을 씹어먹고 되새김질하면서 그 맛을 느끼고 몸으로 완전히 흡수할 수 있게 소화해내는 것처럼 그가 보았던 풍경의 시간과 장소가 종이로부터 출발하여 물감 층들이 쌓고 또 쌓아서 드러나게 된 이미지의 축적물을 만드는 행위가 되고 있으며, 작가의 감각과 경험을 세세히 새겨낸 기록물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박정연 작가의 작업 과정은 작가 스스로가 살아있기 위해 숨쉬고 먹고 마시는 그러한 생명작용과 같은 시간들이 되었을 것이고 다른 한편 작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원초적인 감각을 기록하는 과정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작가에게 있어서 풍경을 그리고 대상을 그려내는 작업 그 자체는 ‘살아있기’를 수행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현장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원출처 : http://www.cyartgallery.com/